[특파원 리포트] 트럼프·시진핑의 ‘자작극 외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11. 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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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언뜻 보면 성과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펜타닐(마약) 관세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풀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민들이 아주 행복할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번 회담의 성과는 새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초한 위기를 스스로 되돌린 데 불과했다.

중국은 회담 직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희토류와 관련 광물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회담 후 그 조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이끌어낸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없던 문제를 만들어 놓고 서로 맞서다가 푼 것이다. 펜타닐 관세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산 화학물질에 직접 부과한 관세를 이제 “중국의 협조를 얻었다”며 낮췄다. 본인이 만든 장벽을 스스로 제거한 셈이다.

미국 대두 수입 합의도 새로운 게 아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대두를 꾸준히 수입해 왔으나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자 일시 중단했던 것을 이번에 재개했을 뿐이다. 미 언론들이 이런 진행을 두고 “경제적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제스처”라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양국이 저마다 조성한 불확실성을 일시적으로 거둬들이며 ‘성과 외교’로 포장한 것이다.

조선·해운 부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보복으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그 조치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 해운·조선 산업에 가한 제재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애초 없었던 ‘보복전’을 스스로 벌여 놓고, 그 중단을 회담의 성과로 돌린 셈이다.

워싱턴의 외교·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전략적 합의’가 아니라 ‘전술적 휴전’이라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휴전을 성과로 포장하며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순방을 통해 “경제 안정과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농민과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미·중 회담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양국이 얼마나 쉽게 긴장을 만들고, 또 얼마나 쉽게 그 긴장을 “풀어냈다”고 선언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협상의 본질이 실질적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스스로 갈등을 연출하고 그것을 봉합하는 정치적 쇼가 된 셈이다. 마치 두 지도자가 자신이 만든 연극 무대 위에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장면처럼 보였다. 이런 자작극 외교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와 성과’는 또 언제든 재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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