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폭우 겪은 경남도 ‘주민 재난대피 관리계획’ 추진
재난 대피활동 예산 지원 근거 신설
재난안전연구센터 기능·역할 명확화
18개 시군에도 대피 조례 제정 권고

올해 대형 산불과 극한호우를 잇달아 겪은 경남도가 재난에 대비해 구체적인 주민 대피관리계획 수립을 추진한다. 특히 대피 활동에 명확한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재난안전연구센터 역할도 명확히 제시했다.
경남도는 지난달 27일 '경남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5일까지 도민 의견을 받는다.
올해 산불·폭우에 1만여 주민 대피
올해 3월 21~30일 열흘간 이어진 산청·하동·진주 산불로 창녕군 공무원을 포함한 진화대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주민 2158명은 대피소와 친인척 집 등으로 대피했다. 7월 16~20일 극한호우로 경남에서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산청·합천·의령 등을 중심으로 8036명이 대피생활을 했다.
재난 대응을 위한 조례 정비 필요성이 커졌다. 박완수 도지사는 3월 대형 산불 이후 간부회의에서 "이번 경험을 매뉴얼로 체계화해 재난 발생 때 초동 대응 단계부터 흔들림 없이 작동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8월 회의서도 "대피 명령 체계를 조례로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법령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경남도 스스로 실행 가능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경찰이 재난 피해가 우려되는 주택을 일일이 찾아 대피를 권고했으나 협조를 꺼린 사례도 언급됐다.
이에 박 지사는 "법령상 대피 명령 권한은 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에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대피를 지시하고 전달할지 기준이 불분명하다"며 "대피 대상자에게 어떻게 통보할 것인지, 공직자는 어떤 방식으로 안내하고 대피를 유도해야 하는지, 대피소 지정과 위치 전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재난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침과 절차를 조례에 담아야 한다"고 짚었다.
기존 조례를 보면 도지사는 재난 상황에서 대피 명령, 통행 제한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도지사가 매년 대피관리계획을 세울 수 있게 했다. 대피관리계획은 △대피지역·인원 △안전취약계층 대피 △대피장소 지정 △대피정보 공개 △대피명령 발령 △대피교육·훈련 등 사항을 포함한다.
도지사는 시군과 법인·단체에 경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 생활 주변 각종 재난안전 위해요소 발굴·점검·신고, 재난에 따른 피해지역과 시설 응급복구, 각종 재난안전사고(내수면·해수면 선박 사고 포함) 인명구조, 도민 안전교육·훈련, 캠페인·홍보, 각종 조사·분석 등 주체가 대상이다. 개정안에는 여기에 '재난에 따른 대피' 활동도 넣었다.
또한 도지사는 정책 연구·개발을 위해 '경남도 재난안전연구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2021년 2월 생긴 재난안전연구센터는 경남연구원 도민행복본부에서 운영 중이다. 개정안에서 센터 역할은 △재난안전 정책·현안 연구 △지역단위 안전 관련 단체 운영 지원 △재난안전분야 신규 시책·공모사업 추진 지원 △재난안전 정보 수집·분석과 구축 △재난안전예산 사전 검토 등을 담았다.

18개 시군, 재난 대피 조례 제정 준비
경남도는 앞서 지난 9월 18개 시군에 '재난대피에 관한 조례' 제정도 권고했다. 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기존에 시군 재난대피 관련 조례가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조례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면서 "각 시군이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조례 권고안은 15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군수는 매년 대피장소 지정, 정보공개, 교육·훈련 등을 담은 대피관리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아울러 △대피 예상 인원 등을 고려한 대피장소 지정과 표지판 설치 △대피장소 안내요원과 취약계층 안내요원 지정 △대피장소·재해위험지역 공개·누리집 등 게시 △주민·대피안내요원 등 교육·훈련 △대피명령 발령 때 대피 대상과 장소 등 긴급재난문자·마을방송 등 전파 △위험구역 설정과 표시·전파 △대피명령·위험구역 퇴거 등 위반자 강제 대피 △재난에 대피한 주민 또는 마을 예산 지원 근거도 명시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시장·군수는 재난 때 주민이나 그 지역에 있는 이들에게 대피 명령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위반하거나 위험 구역에서 퇴거 또는 대피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2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권고안에 과태료 부과 조치도 담겨 있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