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병인’ 종일 일하고도 연봉 1600만원
원천징수 의무인 병원, 관리하고 근로계약 맺지 않아 노동법 ‘사각’
사업소득세를 내는 간병인 절반 이상이 병원에서 돈을 받고 일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공동간병인은 연평균 소득이 약 1600만원으로, 거의 하루 종일 병원에서 일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3일 국세청이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2023년 귀속)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간병인 7만1000명 중 절반 이상(50.5%)은 원천징수의무자가 병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7월부터 시작된 실시간 소득 파악 제도에 따라 간병인과 같은 용역제공자가 개인(환자)으로부터 대가를 직접 받는 경우 원천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업자(병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 원천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병인들은 프리랜서(인적용역 사업자) 형태로 분류돼 소득세 3.3% 원천징수를 적용받는다.
요양병원 간병인은 2만1329명으로 약 30%를 차지했는데, 1인당 연평균 소득이 1600만원에 불과했다. 2024년 최저임금 기준 세전연봉 2472만원의 3분의 2 수준이다. 반면 원천징수의무자가 병의원이 아닌 ‘기타(개인)’로 분류된 간병인들의 연평균 소득은 약 5800만원으로, 3배 이상 소득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요양병원 등에 사실상 소속돼 일하는 간병인의 열악한 소득 수준을 말해준다.
많은 요양병원이 병실마다 간병인을 배정해 여러 환자들을 돌보는 ‘공동간병제’를 운영한다. 대체로 1명이 환자 4~8명을 간병하면서 하루 종일 근무하거나 대기를 한다. 임금이나 해고 여부 등은 사실상 병원이 결정한다. 환자는 병원이 정한 간병비를 병원비와 함께 원무과에 낸다. 병원이 공동간병인의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직업소개소를 통해 구인한다.
이처럼 병원은 원천징수의무자로 돈을 지불하고 간병인을 관리하면서도 근로계약은 맺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중국동포, 고려인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들이 간병인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며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 하은성 노무사는 “공동간병인은 환자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받지도 않고, 병실 안에 누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들어간다”며 “이들은 사실상 병원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원천징수를 하는 ‘가짜 3.3’ 추정간병인이 3만6000명에 달한다는 뜻”이라며 “이들도 최저임금 등 노동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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