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판중지법’ 추진 중단한 까닭은… 내부서도 “과유불급”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임 중 재판을 중지토록 하는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을 전격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오해를 차단하고 외교·경제 성과에 집중하자”는 판단이 작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실의 직접적인 제동과 ‘사법 방탄’ 논란에 대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간담회를 열고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내에서 법안 추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만큼, 하루 만에 입장이 급변한 셈이다.
민주당은 표면상 이유로 ‘외교 성과 집중’을 내세웠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관세 협상과 APEC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 등에 집중할 때라는 데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결정적인 배경은 대통령실과의 조율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중단 발표 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관련 의견을 구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강 비서실장을 통해 ‘추진 자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5월에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 의결했으나, 당시에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 요청으로 본회의 처리를 미룬 바 있다. 이후에도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입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당내에서 강경파를 중심으로 재추진론이 재부상했고 지도부 차원에서의 추진 가능성이 커지자 대통령실이 명확히 제동을 건 셈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당의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이미 정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라며, 별도의 입법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강 비서실장은 “헌법상 재판은 이미 중단되는 것이므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고 재판을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향후 헌법적 절차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재판중지법은 ‘사법 리스크 방어용’이라는 프레임을 자극해 외교 성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의 외교 성과를 부각하고 있는 시점에, 불필요한 정쟁이 불거지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 지도부 내에서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이 보기엔 ‘사법 리스크 차단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교 성과를 부각해야 할 시점에 이런 논란이 번지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에선 “대통령 재판중지법이 자칫 사법개혁 의제 전체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증원법과 재판소원 도입·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등 7대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재판중지법 논란이 확대될 경우 개혁의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당과 대통령실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초 ‘국정안정법’이든지 ‘재판중지법’이든지 그 명칭을 떠나 당이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걸 접하면서 국민에겐 타이밍도 아닐뿐더러 과유불급으로 느껴질 일이었다”면서 “민주당 내의 다소 성급하고 오락가락한 대응 과정 또한 세련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현안일수록 개별 의원의 앞선 주장에 맡기지 말고 지도부가 창구를 분명히 해서 대통령실과 사전에, 수시로 더 긴밀하고 정교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투자 비용 50% 줄여준다”… 日,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끊임없는 러브콜
- [재계 키맨] ‘한화家 삼형제의 멘토’가 된 샐러리맨 신화… 여승주 부회장
- 전현무, 순직 경찰관에 “칼빵” 발언에… 경찰직협 “공식 사과하라”
- 사우디 호위함 수주전에 佛·西·伊 참전… HD현대에 유리했던 판세 ‘흔들’
- 분당인데 60% 계약 포기… 청약시장 ‘옥석 가리기’ 본격화
- [단독] 메모리값 급등에 ‘갤럭시S26’ 최상위 모델 출고가 250만원 넘는다… 41만8000원 인상
- 방산 판 바꾼다…2030년 스타트업 100개·벤처천억기업 30개 육성
- [길 잃은 카카오]③ 직원 신뢰 잃은 임원들, 일탈에도 ‘자리 보전’ 급급… 수평적 문화라면서
- 1년째 매각 난항 아시아종묘… 주가 3배 프리미엄 독식 원하는 최대주주
- [정책 인사이트] 전국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뽑던 선거제, 다시 수술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