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이야기 공모전] 사진일기 대상 '예건이에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지혁2020년 3월 9일 우리 집에 작은 기적이 찾아 왔단다.
너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조용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기다리더니, 어느 날 세상에 조용히 내려앉듯 우리 품으로 들어왔지.
우리는 너를 처음 안는 그 순간,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단다.
그리고 드디어 너는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지혁
2020년 3월 9일 우리 집에 작은 기적이 찾아 왔단다. 너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조용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기다리더니, 어느 날 세상에 조용히 내려앉듯 우리 품으로 들어왔지. 딸과 아들에 이어 세 번째 선물. 우리는 너를 처음 안는 그 순간,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단다.
하지만 그 벅찬 감동을 오래 누리기도 전에, 너는 '심실중격 결손'이라는 이름 모를 두려움 앞에 서게 되었어. 아직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한 엄마와 아빠는, 너의 심장에 난 작은 구멍 앞에서 무력하고 막막했단다. 태어난 지 겨우 한 달, 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수술실 앞. 그 어린 네가 수술대에 누워야 했던 날을 엄마 아빠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엄마는 너의 가슴을 오래도록 쓰다듬었단다. 그리고 아빠는 너의 가슴을 여러 번 사진에 담았어. 앞으로 커다란 흉터가 남게 될, 너무도 맑고 깨끗했던 네 가슴을 기억하고 싶어서였지. 수술실로 네가 들어갈 때 엄마는 조용히 너를 안고 소리 없이 한참을 울었단다. 혹여 네가 들을까, 새어 나오는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채 말없이 흐르는 눈물로만 너를 향한 걱정과 사랑을 대신했지.

수술실 문이 닫히고, 엄마와 아빠는 4시간 가까이를 밖에서 선 채로 너를 기다렸어. 서로 마주 보며 손을 꼭 모으고,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지.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수술이 잘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문득 손등이 따끔거려서 내려다보았더니 아빠 손에는 커다란 피멍이 들어 있었어. 아빠도 모르게 손톱으로 계속 손등을 뜯고 있었던 거야. 평소보다 담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아빠도 그 시간동안 많이 초조했었나봐.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그렇게,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간절함으로 온전히 너에게 향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드디어 너는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지. 너의 이름, 예건. 밝을 예, 건강할 건. 이름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 온 가족이 함께 환영하는 파티를 열었단다. 네가 집에 돌아온 날, 우리는 초 하나하나에 소원을 담고 박수를 치며 웃고 또 웃었어. 너의 존재만으로도 집안 가득 빛으로 더욱 환해진 것만 같았지.

그로부터 몇 해 뒤, '완치 판정'이라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또다시 파티를 열었어. 그리고 그날, 아빠는 너를 안고 참 많이 울었단다. 그런데 너는 그 작은 손으로 아빠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지. 그 순간 아빠는 깨달았어. 우리가 너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너는 처음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였단 걸.
예건아, 네가 우리 집에 온 뒤로 우리는 더 자주 웃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어. 누나와 형도 네가 너무 예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네 이름을 부르고, 엄마 아빠는 네가 뛰노는 모습만 봐도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단다. 너는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가장 큰 선물이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적 같은 존재. 예건아, 우리 집에 와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네 이름처럼 밝고 건강하게, 마음껏 뛰놀며 자라렴. 너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지금의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눈부신 시간들이란다.
엄마와 아빠가
Copyright © 경남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