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 가게 3년새 5배… ‘천원짜리 손맛’에 빠진 청소년

송윤지 2025. 11. 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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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무인 운영, 미성년 무방비
오후 10시 출입 제한도 안지켜져

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 문화의 거리에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형뽑기’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25.1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내 ‘인형뽑기’ 가게 수가 지난 3년간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행심 조장 우려가 큰 인형뽑기 가게를 자주 찾는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부평구 ‘부평 문화의 거리’에 들어서자 화려한 간판의 인형뽑기 가게들이 곳곳에 보였다. 골목 안쪽에는 인형뽑기 가게 3곳이 줄지어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수십 개의 인형뽑기 기계에는 캐릭터 인형, 파우치, 키링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들어있었다.

문화의 거리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한 카페 점주 장모(42)씨는 “1~2달 사이 이 근처에 비슷한 가게가 2~3개는 새로 생겼다”며 “낮보다는 늦은 오후쯤 어린 학생들이 와서 한동안 인형을 뽑고 간다”고 말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하교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 여러명이 인형뽑기 가게로 들어왔다. 친구들과 함께 인형뽑기 가게에 놀러온 김희재(14)양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키링을 뽑으려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온다”며 “마음에 드는 걸 뽑으려고 1시간 넘게 있었던 적도 있다. 다 합쳐서 5만원 넘게 쓰고 인형 2개를 뽑았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형뽑기 가게는 모든 연령이 이용 가능한 ‘청소년게임제공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인형 집게를 통한 확률 조작이 가능하고, 소액으로 쉽게 재도전을 유도하는 점 때문에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우려로 인해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고, 학교 반경 200m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청소년 출입 시간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 각 기초자치단체는 관련 신고가 들어올 때만 현장을 확인하고, 주기적인 점검은 나서지 않고 있다.

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 문화의 거리에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형뽑기’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2025.1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찾은 가게에도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학생들은 늦은 밤까지 인형뽑기를 즐긴다고 했다. 문예지(14)양은 “보통 한번 오면 최소 만원은 쓰고 가는 것 같다”며 “밤 10시 넘어서도 있어봤는데 나가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형뽑기 가게는 최근 인천에서 크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개방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인천에 새로 영업 허가를 받은 인형뽑기 가게는 174곳에 달한다. 지난해 83곳, 2023년 33곳이 영업 허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에서도 최근 인형뽑기 중독 위험에 대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비례) 의원은 지난달 20일 열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감위는 인형뽑기방에 대한 청소년 과몰입과 중독 위험성, 확률조작 구조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는 “(인형뽑기는) 천원으로 시작해 큰돈을 잃을 수도 있다”며 “아이들이 인형뽑기를 쉽게 접하게 되면 이를 단순한 놀이나 게임 정도로만 인식해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형뽑기 이외에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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