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벽 배송 논쟁, 소비자 편익·노동자 건강권 절충점 찾길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해 새벽배송을 제한하자는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제안이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지만, 일상이 된 새벽배송을 규제하면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논쟁은 택배노조가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에서 심야시간(0시~오전 5시)에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금지하되, 오전 5시 이후 출근조가 새벽배송을 맡는 방식으로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게 택배노조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제안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로 와전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국민의 소비 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고, 오히려 새벽배송을 좋아하는 기사들도 있어 이를 규제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맞서기보다, 소비자 편익에 가려진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성숙하게 공론화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야간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이다. 유럽에서는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금지한다. 그러나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야간에 일하면 1.5배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것 말고 별도의 규제가 없다. 정작 과로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쿠팡 노조는 ‘심야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령 노동자들이 높은 수당 등을 이유로 야간노동을 자처하더라도, 과로사 등 산업재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언제까지 택배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지켜보기만 할 건가.
이번 논쟁은 ‘편리한 소비’가 ‘위험한 노동’에 기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 편의가 노동자들의 초장기 노동과 목숨을 담보로 한 서비스라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서비스인지, 소비자들의 작은 인내·협조를 통해 다른 대안도 모색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는 목숨을 잃는 택배노동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 정치권도 생산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이번 논쟁이 택배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도를 질적·양적으로 높이고, 실효적 해법을 찾는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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