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 연극·오페라·심포니로 이어지는 사유의 무대

이성현 기자 2025. 11. 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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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수상작 '아들에게'…신념으로 버틴 여성의 초상
인간다움 추구한 재난로봇…창작오페라 '레테' 국립한밭대서
세종예술의전당서 울리는 자유의 선율, KNCO '드보르자크 8번'

이달의 공연은 시대와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격동의 역사 속 신념을 지킨 여성,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 그리고 자유를 노래한 교향곡까지 연극·오페라·심포니로 이어지는 이번 세 편의 무대는 단순한 예술 행사가 아니라 '사유의 궤적'이다. '아들에게' 가 시대의 이념과 폭력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인간의 존엄을 증언한다면, '레테'는 기술문명 속 인간성의 소멸을 거꾸로 되묻는다. 그리고 KNCO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자유를 음악으로 완성한다.

격동의 현대사를 산 여성의 신념과 고뇌를 그린 연극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이 오는 8-9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린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8-9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리는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 공연 모습.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시대를 견딘 신념, 연극 '아들에게'

격동의 현대사를 산 여성의 신념과 고뇌를 그린 연극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이 오는 8-9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무대에 오른다.

3일 대전예술의전당에 따르면 '아들에게'는 독립운동가 현순의 딸이자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현미옥(앨리스 현)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다. 그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중국, 일본, 미국을 거쳐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역사의 변두리를 떠돌았다. 독립운동과 여성해방, 사회주의 이상을 동시에 추구했지만, 해방 후 남한과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로, 월북 이후에는 '미제 스파이'로 몰려 숙청당한 비극적 인물이다.

연극은 기자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 시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념을 지킨 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재구성한다. '아들에게'라는 제목 역시 그가 시대의 벽에 맞서며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과 후회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특히 해당 작품은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연극상과 연기상(강해진)을 동시에 수상하며 비평가와 관객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초연됐다.

대전예술의전당은 "해당 공연이 세대와 이념, 그리고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연은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3만 원이다. 예매 및 자세한 안내는 대전예술의전당 누리집 또는 전화로 확인 가능하다.

20-22일 국립한밭대학교 아트홀에서 재난로봇의 희생과 감동 스토리 '레테'가 열린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대전시민오페라단 제공
대전시민오페라단과 리소르젠떼오페라단이 주최한 '레테(Lethe)' 지난 공연 모습. 대전시민오페라단 제공

◇인간보다 인간적인 존재, 오페라 '레테'

인간성과 기술문명을 주제로 한 창작오페라 '레테'가 관객을 만난다.

20-22일 국립한밭대학교 아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대전시민오페라단과 리소르젠떼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김주원 작곡, 황정은 대본, 이민수 연출, 진솔 지휘로 구성된 창작진이 참여한다.

'레테'는 재난로봇의 시선으로 '기억'과 '생명', 그리고 '인간다움'을 탐구한다. 끊임없는 전쟁과 재난으로 폐허가 된 미래, 사람 대신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재난로봇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임무를 다하면 흔적 없이 폐기된다. 주인공 '테'는 폐기 직전까지 생명을 구하려는 본능적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작품은 SF적 상상력과 오페라의 서정성을 결합해 '로봇의 희생'이라는 역설적 주제를 풀어낸다. 기술문명 속에서 윤리와 감정, 존재의 의미를 묻는 이번 무대는 인간의 감정을 잃어가는 시대에 '기계의 눈으로 본 인간'을 보여준다.

충남대학교, 국립한밭대학교, 대전시민오페라단이 참여한 협업은 지역 예술인력의 창의적 결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공연단 측은 "'기계의 희생'이라는 역설을 통해 현대사회의 기술문명과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성찰하게 한다"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가 전하는 마지막 노래가 우리가 잊고 있던 '인간성의 온도'를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총 110분(휴식 15분 포함)이며, VIP석 10만 원부터 A석 3만 원까지로 구성된다. 자세한 내용은 대전시민오페라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25일 오후 7시 30분 세종예술의전당에서는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KNCO)의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열린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 제공

◇자유의 선율로 완성된 가을, KNCO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가을의 끝자락인 25일 오후 7시 30분 세종예술의전당에서는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KNCO)의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개최된다.

김유원 지휘자와 문태국 첼리스트는 스메타나, 슈만, 드보르자크 세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자유'라는 인간의 감정을 탐구한다.

첫 무대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서곡으로 시작한다. 억압을 유머로 극복하는 보헤미안적 상상력과 낙관이 담긴 작품으로, 제도적 질서를 넘어서는 인간의 활력을 선율로 표현한다.

이어 첼리스트 문태국이 협연하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 a단조는 형식보다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작품이다. 세 악장이 끊김 없이 이어지며 하나의 시적 독백처럼 전개되고, 첼로는 인간 내면의 자유를 울부짖는다. 문태국은 슈만의 내면을 관통하는 서정과 낭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 감성의 슈만을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의 대미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이 장식한다. 이 곡은 작곡가가 1889년 가을, 보헤미아 남부 비소카의 자연 속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교향곡 중 가장 밝고 자유로운 작품으로 평가된다. 1악장은 단조에서 장조로 전환하며 인생의 환희를 암시하고, 2악장은 목가적인 전원 풍경 속 감정의 깊이를 담는다. 3악장의 왈츠는 도시의 세련된 무도회가 아닌 보헤미아 시골의 따뜻한 여유를 전하고, 마지막 4악장은 금관의 서주와 민속 선율이 교차하며 자유와 생명의 찬가로 끝난다.

김유원 지휘자는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자 예술이 가장 깊어지는 시간"이라며 "이번 공연은 각 작곡가가 제약을 넘어 자신만의 언어로 노래한 자유의 선율을 KNCO만의 해석으로 담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역시 "드보르자크의 8번은 가을의 음악처럼 서정성과 해방의 감정이 동시에 흐른다"며 "마지막 악장은 황금빛 들판을 거니는 듯한 환희의 순간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예매 문의는 세종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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