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쓴 창원시의회 국외연수 ‘감상문·설명서’ 수준 보고서 여전

우귀화 기자 2025. 11.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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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의회 국외연수 결과보고서 살펴보니
방문지 단순 설명에 단상 더한 부실 보고서 눈살
현안 고민 실마리 얻고자 고심한 보고서와 비교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영국 런던에 공무 국외 출장을 가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외유성 국외출장'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9월 상임위별 국외연수를 다녀온 창원시의회가 최근 국외출장보고서를 냈다. 

국외출장보고서를 살펴보니 선진 사례를 창원시정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엿보였지만, 방문지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나열이거나 사진 위주로 국외출장을 간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을 제출한 의원도 눈에 띄었다.
창원시의회 2025년 상임위별 국외출장보고서.

4개 상임위 일주일 국외 출장에 세금 2억

창원시의회는 9월 상임위별로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기획행정위원회(9월 17∼24일 영국, 의원 11명·직원 4명) △문화환경도시위원회(9월 17∼24일 프랑스, 의원 9명·직원 3명) △산업경제복지위원회(9월 21∼26일 일본, 의원 11명·직원 4명) △건설해양농림위원회(9월 17∼24일 호주, 의원 11명·직원 4명) 등이 연수를 기획했다. 시의원 42명과 시의회 공무원 15명을 포함한 57명 출장비용은 영국 6436만 9550원, 프랑스 5701만 2960원, 호주 6055만 6070원, 일본 2747만 6140원 등 2억여 원이다.

창원시의회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는 20일 올해 처음으로 결과보고서를 심사했지만 의원 개별 보고서에 대한 특별한 지적은 없었다. 이를 토대로 창원시의회는 22·23일 상임위별로 공무국외출장 결과 보고 안건을 각각 통과시켰다.

2쪽짜리 보고서 등 부실한 결과물

상임위별 국외출장보고서는 기획행정위원회 156쪽, 산업경제복지위원회 198쪽, 문화환경도시위원회 202쪽, 건설해양농림위원회 183쪽이다. 앞에 방문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나오고 뒤에 의원별 개별 보고서를 붙이는 방식으로 정리돼 있다.

5박 6일에서 6박 8일 일정으로 국외연수 일정을 진행했지만 단 2~3쪽 정도로 부실한 보고서를 낸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김이근(국민의힘, 구산·진동·진북·진전면·현동·가포동) 시의원은 '런던의 선진사례 및 정책 발굴'이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출장 내용을 적기보다 방문한 몇 곳의 인상을 중심으로 2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김 시의원은 방문지 설명을 적은 후 "이번 국외 출장은 선진국의 도시발전 사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였고 정책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는지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이러한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창원시 도시경쟁력 강화와 지방 자치 완성을 위한 정책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정책 제안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정리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례, 구현된 정책, 얻은 통찰, 정책 제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두루뭉술한 서술이다.
김상현 시의원 국외출장 보고서 중 일부 모습.

김상현(더불어민주당, 충무·여좌·태백동) 시의원 보고서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출장 배경을 적고 나서 한 장 정도 분량으로 창원시에 접목할 부분을 적기는 했지만 전체 6쪽짜리 보고서 대부분은 방문 기관 사진으로 채웠다. 활동 사진 60장을 날짜별로 정리해서 붙인 방식이다.

김 시의원은 "기초의원으로서 전문적 지식없이 선진지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며 "보고 듣고 하면서 느끼는 것을 창원시에 접목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가능한 사업과 정책을 가려보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남재욱(국민의힘, 내서읍) 시의원도 보고서 상당 부분을 기관에 대한 설명으로 채우는 데 그쳤다. 방문 기관 개요, 해당 국가 경제 동향 등을 정리하는 데 3분의 2가량을 할애했다.

한은정(더불어민주당, 상남·사파동) 시의원은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아닌 미래를 위한 도시 파리'라는 보고서에서 에세이처럼 파리에서 느낀 점을 3쪽짜리 짧은 보고서에 담았다. 현지에서 단상을 창원시 시책으로 접목하려는 고민은 부족했다.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9월 프랑스 파리 공무국외 출장을 가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김경수(국민의힘, 상남·사파동) 시의원은 '파리에서 찾은 창원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출장지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소개하며 창원시에 맞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단상을 적는데 그쳤다.

선진지 산업 정책 등을 확인하러 간 출장지에서 한국과 현지 보도블록 차이를 기술하는 내용으로만 보고서를 채운 의원도 있었다.

서명일(더불어민주당, 회원·석전·회성·합성1동) 시의원은 '보도의 평탄함에서 찾은 시민 안전'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출장에서 보도블록이 편안했고 이는 시공 등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
창원시의회 건설해양농림위원회가 지난 9월 호주 공무국외 출장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창원시 현안과 접목 고심한 흔적

국외연수 성과를 창원시 정책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도 보였다.

전홍표(더불어민주당,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시의원은 호주 방문지마다 보고서를 각각 만들었다. 멜버른항만청(7쪽), 멜번 한국총영사관(3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공장(4쪽), 호주 질롱시청(6쪽), 디킨대학교(6쪽), 멜번 트램(5쪽), 그레이트 오션 로드(5쪽), 시드디 달링하버(6쪽),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호주사무소(7쪽), 시드니 시의회(7쪽) 등 무려 56쪽에 달한다. 방문지에서 무엇을 했고 창원시에 접목할 부분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전 시의원은 한화에어로스페에스 호주 공장을 방문한 후 "창원에서 개발된 K9 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가 호주에서 현지 생산되는 것은 곧 창원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증받았음을 의미한다"며 "호주에서 성능이 입증된 레드백을 우리 군이 도입한다면, 국내외 인증을 동시에 확보해 창원 방산 제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전 시의원은 호주 국외 출장에서 고민한 내용을 반영해 '국방력 강화와 K-방산 산업 도약을 위한 레드백 장갑차 한국군 조기 전력화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건의안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창원시의회 산업경제복지위원회가 지난 9월 일본 공무국외 출장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구점득(국민의힘, 팔룡·의창동) 시의원은 '창원시 자전거 정책 발전 방안 연구: 프랑스 선진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냈다. 파리시가 '100% 자전거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워서 자동차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창원시 역시 자전거 정책과 관련해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 시의원은 앞서 다른 해에 다녀온 네덜란드 국외 출장 사례까지 연결해서 보고서를 작성해서 눈길을 끌었다.

최정훈(국민의힘, 이동·자은·덕산·풍호동) 시의원은 일본 오사카상공회의소, 엑스포 등을 방문해 일본 수소 산업에서 창원 액화수소 사업 해결 실마리를 찾고자 고민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내기도 했다.

이번 시의회 국외출장은 행정안전부 공무국외연수 표준안을 적용해 출장을 떠날 때부터 심사 기준 강화 등으로 관심이 높았다. 이에 보고서에는 국외출장 부담을 기술하는 시의원들이 더러 있었다.

성보빈(국민의힘, 상남·사파동) 시의원은 "국외연수가 외유성 논란 등 비판적인 시선으로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며 "피땀 흘려 내는 세금인데 주민 눈높이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의원들의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방문 일정으로 가득 채워지거나 형식적인 기관 방문, 관광지 일정으로 끝나는 경우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적기도 했다.

/우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