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체면 살리고 실리 얻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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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간 양해각서에는 미국은 기세를 취하고, 일본은 실리를 지켰음이 드러난다.
제7조는, 미국은 수시로 투자안을 일본에 심사를 위해 제공한다고 시작되며, 이후 '달러로 표시된 즉시 사용 가능한 자금'을 일본이 지정 계좌에 입금하고, 일본이 정해진 기한 내 입금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뒤따른다.
더 나아가 일본이 정해진 기한 내 입금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조항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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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내법 넘어선 의무 없고
트럼프 임기에만 투자 한정
우리는 관련법 개정 언급해

미·일 간 양해각서에는 미국은 기세를 취하고, 일본은 실리를 지켰음이 드러난다. 특히 일본은 '일본했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인들만 알 수 있는 언어'로 안전장치를 심어 국익을 방어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은 아카자와 료세이 협상단 대표는 경제산업상에 임명됐다. 후보 시절 5명의 자민당 총재 후보 중 유일하게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왜 그를 경제산업성 수장으로 임명했을까?
미·일 간 양해각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제21조 양국 상호 간 국내법을 존중하고 각국은 국내법을 넘어선 의무를 갖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특히 제7조와 결합되면 그 효력이 명확해진다. 제7조는, 미국은 수시로 투자안을 일본에 심사를 위해 제공한다고 시작되며, 이후 '달러로 표시된 즉시 사용 가능한 자금'을 일본이 지정 계좌에 입금하고, 일본이 정해진 기한 내 입금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뒤따른다.
제21조를 염두에 두고 제7조를 해석하면, 미국이 투자처를 특정해 투자안을 제공하면, 일본은 국내법과 관련 절차에 따라 투자적격성 등을 심사할 권한을 갖는다. 또한 일본 국내법상 국민들 혈세에 기초한 자금을 임의로 현금출자 형태로 해외 송금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은 없다. 자연스레 현금출자는 제한되고, 대부분은 기존의 금융공사들이 해 오던 대출이나 지급보증 형태로 정해진 절차를 거쳐 제공될 수밖에 없다. 제21조는 현금출자 요구를 실효적으로 차단한다.
더 나아가 일본이 정해진 기한 내 입금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높일 수 있다는 조항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이 심사 후 국내법을 이유로 투자를 거부하는 것도 양해각서에 위배되지 않는 하나의 선택지임을 명시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투자안이 일본 국내법에 의해 거부될 수 있으니, 투자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일본 국내법과 절차를 고려해 달라는 엄중한 자해성 경고다.
이외에도 미·일 양해각서에서 자금 제공 기한을 트럼프 대통령 이번 임기로 한정한 점도 눈에 띈다. 일본은 국내법과 절차를 준수하며 투자처를 추천해 투자하되, 2028년 말부터는 투자 의무가 사라진다. 특히 내년 2월 미 대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미국도 섣불리 여러 투자 프로젝트를 벌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결국 에너지, AI 등과 같이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 일본 측 기관의 심사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가속화된다. 미국은 일본이 꺼리는 분야는 다른 투자 재원을 모색할 것이다.
10월 29일 관세협상 후, 김용범 정책실장은 "우리는 MOU를 이행하기 위해 법이 개정돼야 하고 그 법이 국회에 가서 통과돼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밝혔다. 미·일 간 상호 국내법 존중 조항이 한미 간에는 우리 법 개정이라는 전제조건이 됐다. 새로 신설될 '대미투자펀드 신설 특별법'에 따라, 국내 금융공사들이 신청 및 내부 심사 절차도 없이, 투자처가 특정되지 않은 미국 기금에 매해 현금 200억달러씩 10년간 납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후 미국이 관세철폐 분위기로 회귀해도 계속 납입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개발도상국들이 원조받을 때 종종 국내법 개정이 전제된다. 그러나 특별법까지 만들어 혈세에 기초한 현금을 납입한다는 협상은 낯설다. 국민에게 막대한 고통을 초래한다. 앞으로도 정부든 민간이든 여러 '갑'들과 협상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조용한 '한 수'로 실리를 방어하고, 그런 공로자가 중용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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