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살던집 프로젝트’가 뭐길래?…전국이 ‘주목’할까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5. 11. 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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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입원 환자 지역복귀 지원…거주지 기반 주거복지 혁신모델
박병규 광산구청장 “복지의 진화, 예방적 돌봄 체계의 핵심 축”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사는 김수철(가명·68)씨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줄곧 요양병원에서 지내왔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3층인 집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8월, 장기 입원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살던집 프로젝트'에 선정돼 병원을 벗어났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왼쪽)이 우산동 공공임대주택 내 마련된 '중간집'에 입주해 '살던집 프로젝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주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광주 광산구

"시설 아닌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의료·돌봄 융합 지원

노년층이 낯선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집에서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설계된 광주 광산구의 '살던집 프로젝트'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시설 중심의 돌봄을 지역·주거 중심으로 전환하는 이 정책은 초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존엄성을 권리로 보장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혁신정책의 발신지, 광산구가 추진하는 '살던집 프로젝트'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살던집 프로젝트'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같은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 건강, 의료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광산형 주거복지 혁신 모델이다. 

노후 아파트 공실을 리모델링해 임시 주거 공간을 만들고, 돌봄 인력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홈센터'를 사회복지관에 마련했으며, 병원이나 시설 퇴원 후 전환기에 있는 주민들이 회복하고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인 '중간집'도 운영한다. 입소자들은 이들 시설을 통해 의료와 돌봄이 융합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공실 아파트 리모델링 '중간집' 마련…1석2조 효과 

3일 광산구에 따르면 '살던집 프로젝트'는 한 달 이상 장기입원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의 87.2%가 요양시설보다 익숙한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기를 원한다고 답한 데서 착안한 정책이다. 

옛 광산군이 편입된 도농 통합 도시인 광산구는 인구는 줄고 고령화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로, 농촌지역에 속하는 일부 동은 인구수 대비 노인인구가 40%를 넘어섰다. 반면 노후에 요양병원, 요양원 등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광산구는 세계 최초 마을형 치매요양 복지모델인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처럼 현 거주지, 주택을 중심으로 고령층에 필요한 의료, 건강, 생활 지원 등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주거지 기반 돌봄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산구와 광주도시공사가 손을 잡았다. 행정과 물리적 인프라가 만난 것이다. 광산구는 사업 기획, 입주자 자격 심사, 서비스 연계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한다. 광주도시공사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생활지원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는 '케어홈'을 조성하고, 주거약자 편의시설이 갖춰진 '중간집(재활 주택)' 30호를 제공했다. 또 인근 케어홈과 14개 의료기관이 연계해 대상자의 건강·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살피고, 생활 복귀를 함께 지원한다. 

광산구는 퇴원 환자를 위해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소규모 임시 주거 공간 '중간집' 마련에 공을 들였다. 공실인 아파트를 정비해 퇴원 직후 '전환기' 동안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어려운 분에게 주거를 지원해 꾸준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전용면적 30㎡ 규모의 주거지 30가구를 조성해 상태에 따라 최대 1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호전도에 따라 연장도 가능하다. 입실자는 1인 1실로 배정되며 시간적과 공간적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현재 11세대가 입주했다.

이지형 광산구 주거의료팀장은 "현재 11명이 입소해 치료를 받고 있고 나머지 잔여 세대는 입소 희망자의 상태에 맞춰 리모델링 후 올 12월 말까지 입소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며 "희망자가 많을 경우 추가로 6세대 정도를 늘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케어홈 센터는 돌봄 전담인력 8명이 상주하면서 현재 대상 주거지 120가구에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중간집 입주자들의 집중관리를 통해 다양한 재활프로그램과 심리 상담을 통해 심신을 불안감 속에서 안정시키고 삶의 대한 의지를 높여주고 있다.

광주도시공사는 지난 7월 광산구 우산동 빛여울채아파트의 공실을 제공해 사업에 힘을 보탰다. 해당 단지는 준공 30여년이 지나 공실률이 20%를 웃돌던 곳이었다. 방치되던 공간을 개·보수해 복지 자원으로 탈바꿈시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광주 광산구 '살던집 케어홈' 개소식 ⓒ광주 광산구

의료비 '78% 절감 효과…지역돌봄 혁신 모델로 부상

경제적 효과도 톡톡히 봤다. 현재 중간집 입소자는 관리비와 유지비만 부담하면 된다. 대상자의 월평균 의료비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입원 당시 월 422만원을 부담했던 한 대상자는 퇴원 후 184만원으로 줄어, 약 78%의 비용이 절감됐다. 

국가 의료급여 지출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살던집'이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까닭이다. 한 입실자는 "병원 입원 시절 월 100만원이던 지출이 지금은 통합치료비와 교통비를 포함해 수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나성숙 광산구 통합돌봄과장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의료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하게 되는 반면에 본인의 집에 와서 살게 되면 필요할 때, 아플 때만 병원에 가기 때문에 의료비가 크게 절감된다"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확산…정부도 깊은 '관심'

사업의 성과는 타 지자체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 고창군, 경기 화성시 등에서 정책 내용을 문의하며 벤치마킹을 추진했고, 경북 포항시에서는 지방의원이 직접 광산구청장 직통 문자서비스를 통해 문의하기도 했다.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응,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정책적 대안으로 주목 받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광산구 설명이다.

정부도 '살던집'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시설 중심 돌봄서비스를 주거 지역 중심으로 전환해 돌봄 일자리 창출과 공공임대주택 공실 활용, 의료비 절감 측면에서다.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광주시 등 관계 기관은 지난 7월 '살던집 프로젝트' 실행의 거점 시설인 '케어홈(돌봄전담)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사업 실행 체계와 주요 현장을 면밀히 살폈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광주의 선도적 사례들이 전국 확대 시행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밝혀, '살던집 프로젝트'의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정부 국정과제에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이 반영되면서 살던집 프로젝트와의 정책적 연계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프로젝트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시민이 살아온 집과 지역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살던집 프로젝트'는 100세 시대를 위한 예방적 돌봄 체계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 정책은 최근 제8회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며 의료비 절감과 주거안정 성과를 인정받았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살던집 프로젝트'는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을 함께 보장하는 복지 혁신"이라며 "광산구에서 시작된 시도가 대한민국 복지 진화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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