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명 갈랐다··· 오래도록 기억될 다저스의 9회 그리고 한화의 9회

한화가 19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에서 LG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체력 부담과 전력 열세가 분명했다. 그러나 가장 뼈아팠던 건 4차전 9회말이었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 가진 자원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한 역전패를 당했다. 4차전 패배로 시리즈 무게중심은 단번에 LG로 쏠렸고, 한화의 가을 야구는 사실상 그걸로 막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9회초를 4-1로 앞선 채 맞이했다. 시즌 막판부터 거의 매 경기 장타를 맞으며 불안했던 마무리 김서현이 8회에 이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후속 박동원에게 투런포를 맞았다. 한화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1아웃 후 김서현이 다시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제야 박상원으로 투수를 바꿨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한화는 9회에만 6실점 하며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했다.
결과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시각각 LG로 향하는 승부의 흐름이 너무 분명했다. 한화는 9회 여러 차례 투수 교체 타이밍이 있었다. ‘대안이 없었다’는 말도 통하기 어려웠다. 포스트시즌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지던 문동주 등 당장 ‘오늘’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들이 있었다.
바로 다음 날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6차전은 명승부를 통해 여러가지로 한국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LA 다저스의 9회말은 달랐다. 어린 투수 사사키 로키가 흔들리자 7차전 선발 예정이던 타일러 글래스노를 마운드에 올렸다. 글래스노는 공 3개로 토론토의 막판 추격을 끊었다. 다음날 선발을 9회 마무리로 투입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선택을 두고 그 누구도 무모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았다.

운명의 9회 이후, 한화와 다저스의 운명은 크게 엇갈렸다. 한화는 4차전 써보지 못했던 문동주를 예정대로 다음날 5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렸지만, 컨디션 난조로 1이닝 만에 내려야 했다. 4차전 패배를 감수하고 아꼈던 카드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문동주를 구원 등판한 신인 정우주가 2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황준서, 조동욱, 주현상 등 다른 불펜 투수들도 무실점 피칭을 했다. 그래서 4차전 9회가 더 아쉬운 선택으로 남았다. 4차전 9회 선택에 따라 5차전 이후에도 여러가지 선택지가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6차전 글래스노 9회 등판으로 기사회생한 다저스는 7차전 역대 가장 극적인 승부 끝에 토론토를 누르고 WS 2연패를 달성했다. 오타니 쇼헤이를 ‘오프너’로 활용했다. 전날 등판했던 글래스노, 1·5차전 선발 등판한 블레이크 스넬 등 모든 투수를 다 끌어다 썼다. 6차전 96구를 던진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9회 등판해 연장 11회까지 2.2이닝을 던졌다. 이날 다저스는 졌다고 해도 후회를 할 수 없는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6차전 9회말부터 7차전 마지막까지 다저스는 원 없이 싸워서 우승했다.
다저스의 6차전 9회는 7차전 연장 11회 결말과 함께 두고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아쉬움 가득 남긴 한화의 4차전 9회도 오래도록 입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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