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만 관찰하던 소세포폐암 환자들 … 치료제 '희망'을 봤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5. 11.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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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고대구로병원 교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쓰는
임핀지, 소세포폐암에도 효과
年700~1000명 수명연장 가능
"환자들 위해 급여화 검토해야"

급여화가 이뤄지면 매년 환자 700~1000명이 임핀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생존율은 약 1.7배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60대 남성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 앉아 있다. 40년간 담배를 하루에 한 갑씩 피워온 그는 지난해 '제한병기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방사선치료로 병이 잠시 잦아드는 듯했지만 몇 달 만에 뇌 전이가 확인됐다.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은 의료진에게서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가 있다"는 말을 들어서다. 30년 만에 등장한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를 투여한 지 4개월째, 다행히 병의 진행은 멈춘 상태다.

이승룡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의 10~15%를 차지하는 소세포폐암은 대부분 흡연과 관련돼 있으며 60·70대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며 "이전에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마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경과를 관찰하기만 했는데, 면역항암제 도입으로 질병 진행을 늦추고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덕분에 소세포폐암에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형태로 꼽힌다. 암세포 크기가 작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뇌·뼈·부신 등으로 전이가 잘 일어난다. 진단 당시 이미 병이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아 완치가 쉽지 않다.

소세포폐암은 병의 범위에 따라 '제한병기'와 '확장병기'로 구분된다. 제한병기는 암이 한쪽 폐와 인접 림프절에 국한된 단계로,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반면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진 경우는 확장병기로 분류돼 항암치료만 한다. 이 교수는 "방사선은 전신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병이 국소에 머물러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며 "그래서 제한병기는 치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한병기라도 예후는 녹록지 않다. 이 교수는 "초기에는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대부분 2년 안에 재발한다"며 "제한병기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16~24개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방사선치료 후 완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비율이 낮아 의료진도 긴장 속에서 환자를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을 바꾼 것이 바로 임핀지다. 원래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쓰이던 임핀지는 'ADRIATIC(애드리아틱)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제한병기 소세포폐암에서도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늘리는 효과를 입증했다.

전 세계 19개국 700여 명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임핀지를 투여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16.6개월로, 위약군 대비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핀지는 제한병기 소세포폐암의 표준 유지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항암·방사선치료를 마친 뒤 최대 2년간, 4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현재 고대구로병원에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끝내고 임핀지를 투여 중인 50·60대 제한병기 환자가 3~4명 있다"며 "환자에게는 불안 대신 희망이, 의료진에는 새로운 방어막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누리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현재 임핀지는 제한병기 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빠르게 급여화돼 환자들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며 "제한병기 단계에서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 급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급여화가 이뤄지면 매년 700~1000명이 임핀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생존율은 약 1.7배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주로 60·70대에서 발병하는데, 이미 경제활동을 마친 시기라 치료비 부담이 자녀에게 전가되는 사례가 많다"며 "치료 기회가 있는데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급여화는 단순한 재정 이슈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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