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몰입 성적 '쑥쑥'···"학교 생활 즐거워져"
(3) 뉴욕 학교 교실이 달라졌다

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 공립학교에서 올해 가을학기(9월)부터 주 정부의 명령에 따라 K-12 전 학년에 걸쳐 등교부터 하교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가 학생들의 학습 방해와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어붙인 정책이다.
시행 초기부터 학습권 보장과 청소년 과도한 통제라는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본지가 정책 시행 한달만에 뉴욕 교실과 가정을 심층 취재한 결과 관계 복원,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 "대화가 늘었어요"···금단 현상 넘어선 학생들
비컨 고등학교 11학년 미갤(Miguel) 군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응했다.
미갤 군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조치 이후 처음 며칠은 솔직히 손이 허전했다. 쉬는 시간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곤 했었다. 그러다 친구들이 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길래 나도 안보게됐다. 그러면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 집중도도 좋아졌다"라고 말을 건넸다.
미갤 군은 "수업듣다보면 꼭 한명씩 휴대전화가 울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알림이 사라지니 수업에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선생님 설명이 끊어지지 않고 수업시간 내내 지속됐다. 진짜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컨 고등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라토야 존슨(Latoya Johnson)양은 교내 스마트폰 금지 정책을 두고 "고등학생의 자율성(학생인권)을 무시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라토야 양은 "우리는 고등학생이고, 스스로 휴대폰 사용을 조절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가장 불편한건 수업시간에 모르는 개념을 즉시 찾아보거나 과제에 필요한 특정 학습 앱을 사용해야 할 때였다"라며 "학교에서 제공하는 태블릿이 있지만 개인 기기의 접근성을 능가하진 못했다. 우리를(청소년) 무조건적인 통제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라고 설명했다.
라토야 양은 공부, 학습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사용을 절제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학생들은 오히려 정책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석세스 아카데미(Sucess Academy)에 다니는 이사야 밀러(Isaiah Miller)군은 휴대폰에 관심이 클 나이어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 정책이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지는데 학교에서만큼 휴대전화를 멀리하니 절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선생님께서도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줬다"라며 "어차피 하교 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제약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휴대폰 금지 정책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학교를 넘어 가정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던 40대 학부모 사라 톰슨(Sarah Thompson) 씨는 이 정책에 대해 강력한 찬성 입장을 표했다.
사라 톰슨 씨는 "아이가 그동안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끝없이 유행을 쫓다 보니 저와의 대화가 단절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아침이나 저녁 식사시간에 눈을 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하루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활동이 늘어났다"라며 "휴대폰 사용시간이 줄어들면서 규칙을 배우는 행동교정의 효과도 생긴것 같다. 숙제를 마친 후에만 개인 시간을 가지는 등 생활 전반의 루틴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5일 동안 만난 수십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솔직한 이야기에서 휴대전화 교내 사용 금지 정책으로 초기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금세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줬다.
또 분리불안, 폰을 빼앗긴 것 같다며 불안하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점차 산만해지는게 줄어들고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경험담을 취재진에 공유했다. 휴대전화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자 친구들이 더 많아졌다는 학생은 "학교 생활이 즐거워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책이 불만이라고 말한 학생들은 오히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학생이었고, 자신 스스로 '휴대전화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정책 시행 후 학교·가정서 긍정 변화
10월 RAND Corp 등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휴대폰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주의 설문조사 결과 휴대폰 금지 정책 시행 2년차에 학생 성적이 약 2~3%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욕의 학교(KIPP NYC College Prep)에서는 휴대폰 금지 후 AP 시험(대학 입학시 학업 능력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지표) 점수가 오르고 성적이 팬데믹(Covid-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특히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이들이 휴대폰으로 인한 방해에 가장 취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진들은 휴대폰 사용 금지가 교육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저비용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 시행 첫해 모든 학교는 혼란과 학생들의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징계 건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하기도 했지만, 한달여 지나자 학생들은 완벽히 적응했다고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뉴욕시 공립학교 대변인은 본지에 "뉴욕시 공립학교는 5개 자치구의 학교, 학생, 교직원,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힘을 모아 업데이트된 인터넷 기기 정책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학교에 방해 요소가 없을 때 학생들은 자유롭게 배우고, 관계를 맺고, 미래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이 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