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성장펀드 돈 대는 은행, 자본규제 '10%룰' 검토…'속앓이'

김희정 2025. 11. 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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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국민성장펀드 출범…하나·우리금융 각 10조씩
은행 자기자본 10%까지만 위험가중치 100% 완화 검토
10% 이상엔 250%…"은행들 부담 커, 100% 적용해야"

은행권이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앞두고 자본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분투자 위험가중치(RW)를 자기자본의 10%까지만 10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10조원 출자를 예고한 우리·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과 대출여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국민성장펀드 출자분 전체에 대해 RW 100%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국민성장펀드 지분투자에 대해 자기자본의 10% 이내는 RW 100%, 초과분은 250%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정부·정책금융 등 공공부문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을 1대 1로 매칭해 AI,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로봇, 미래차,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전반에 투·융자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관련기사 : 150조 국민성장펀드 윤곽…권대영 "우리경제 명운 걸린 일"(2025.10.01)

금융권 중 출자 비중이 가장 큰 은행들은 자본규제를 최대 쟁점으로 꼽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내년 1분기 중 정책목적 펀드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할 경우 은행의 지분투자 RW를 400%에서 100%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적용 한도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를 자기자본의 10%까지만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 내년 은행 주담대 받기 더 어려워진다…위험가중치 20%로 상향(2025.09.19)

우리·하나금융이 각각 10조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이 중 절반 이상(5조~6조원)을 은행이 분담하면 자기자본의 10%를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일반 지분투자 수준(250~400%)의 위험가중치가 다시 적용돼 규제 완화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 경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지고 대출여력 및 주주환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생산적금융안 발표를 미루며 출자 규모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도 꼽힌다. 

더불어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금융의 대규모 출자 결정에 업계가 고개를 갸웃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의 자본여력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우리금융의 CET1비율이 13%에 육박한 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더 높은 기업대출이 4개분기째 역성장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관리된 덕분인데 향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시 자본 비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국민성장펀드가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만큼 출자분 전체에 대해 RW 100%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 압력이 커질 경우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단순계산으로 자기자본이 50조원인 은행이 10조원을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절반인 5조원만 RW 100%로 인정받고 나머지 5조원은 개선방향을 감안하더라도 250%로 반영, 12조5000억원(RWA)으로 계산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제 투자금 10조원이 RWA상으로는 17조5000억원으로 잡히게 돼 CET1 하락 폭이 과도하게 커지고 실질적으로는 투자부담이 1.75배 크게 평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분기말 각 은행 자기자본은 KB국민은행 43조원, 신한은행 38조원, 하나은행 35조원, 우리은행 29조원 수준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규제를 적용받는 곳은 은행 계열 지주뿐이며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투자사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자금을 더 출자하는 은행권이 오히려 더 큰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을 고려하면서 국내 금융 여건을 함께 감안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RWA 관련은 기본적으로 바젤3 규제 안에서 허용된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은행들의 애로사항을 검토해보겠다"고만 말했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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