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사회진출 역량개발 학기’로

물론 수능 뒤에도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일회성 교육활동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램 운영에 학생들의 흥미와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사회진출에 필요한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심화학습도 아니어서 학생들의 집중도와 참여도가 저조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고3 학생 사회진출 역량개발사업으로 총 37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고등학교에 교부했다. 사업의 목표는 고3 학생의 원활한 사회진출 역량개발과 진로 설계 및 수능 이후부터 졸업까지의 기간을 활용해 내실 있는 교육활동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선택한 자격 취득 과정을 통해 진로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 시행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연간 교육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긴급하게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수능 준비로 여념이 없는 고3 학년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학생, 학부모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조사 결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운전면허 자격증'이라고 답했고 실제로 경기도 고3 전체 재학생 대비 50.8%(6만2천307명)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 학교자율프로그램으로 어학, 한국사 등 국가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초년생에게 필요한 내용을 구성해 학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하는 고3 사회진출 역량개발사업을 시발점으로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사회진출 역량개발 학기'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3학년 2학기를 진로연계집중학기로 지정해 수능 이후 교육과정 편성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즉,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정교화해 학생들이 진로 개척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법규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 소외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우처 형태의 예산 지원 등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계기관의 협력과 학생, 교사, 학부모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공유학교 플랫폼 등을 활용해 지역 교육자원을 연계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발굴한 뒤 사회진출에 필요한 교육자원을 목록화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교육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체육, AI 디지털, 그래픽, 영상 제작, 어학, 디자인, 한자, 한국사, 한국어, 제과제빵, 조리사, 메이크업, 한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범주를 확장하고 전문적인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바라건대 경기도교육청은 고3 사회진출 역량개발 사업을 단순한 사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교육과정 개정 및 효율적인 운영 방안의 연구를 통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사회진출 역량개발 학기'로 전환하는 정책을 수립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오랫동안 수능 이후 시간을 학습 공백기로 여겼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며 자기 계발의 시간을 확보해 주어 진로 개척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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