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동맹 확인…韓 ‘아시아 AI 허브’ 밑그림 완성 [AI 동맹 본격화]

김현일 2025. 11. 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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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26만장 확보, AI 팩토리 구축 탄력
반도체·車·통신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삼성·SK ‘HBM’과 장기 파트너십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

국내 주요 기업과 미국 엔비디아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내놓은 인공지능(AI) 협력 계획안은 앞으로 국내 AI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길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박2일 동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연쇄 회동하며 ‘AI 동맹’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국내 4개 기업과 정부는 엔비디아로부터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받기로 하면서 AI 인프라 확충의 기반을 마련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GPU 확보를 위해 줄 서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이번 ‘빅딜’로 GPU를 우선 공급받게 돼 AI 신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CEO도 “이제 한국이 AI 강국으로 거듭나고 여러분이 AI 최전선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저희가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해 향후 추가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AI로 반도체·車·통신 산업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이번 국내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협력은 반도체·자동차·통신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 전반의 AI 기반을 빠르게 혁신하고 국가 경제의 성장을 이끌 핵심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각각 GPU 5만장을 공급받기로 한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AI 팩토리 구축에 본격 나선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칩 공장이 없으면 칩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AI 팩토리 없이는 AI를 생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GPU 슈퍼 클러스터와 AI 슈퍼컴퓨터를 빨리 가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GPU 공급을 계기로) 한국에 AI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AI 허브가 될 것이다. 다른 국가의 스타트업들을 한국 AI 클라우드에 유치할 수 있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 등을 도입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속도와 수율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옴니버스는 실제 공장과 똑같이 생긴 가상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한데 모은 엔비디아 고유의 플랫폼이다. 옴니버스를 활용하면 삼성전자와 SK는 복잡한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비 이상이나 예상되는 고장, 불량 등을 기상공장에서 미리 확인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미 일부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를 활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등 해외 주요 생산시설에도 이를 적용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2000여장과 옴니버스를 기반으로 구축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SK하이닉스의 이천 캠퍼스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제조 AI 클라우드를 제조업 관련 공공기관, 스타트업 등에도 개방해 생산성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으로 만든 제조 AI 클라우드를 제조분야 스타트업 등 외부에 제공하는 것은 아시아 최초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온디바이스 반도체 전반에 걸쳐 AI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 정부의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양사는 약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과 기타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포함해 최대 6만 장의 GPU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선, 보안 등 산업 특화 AI 모델 개발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HBM 코리아’와 장기 파트너십 굳건 재확인=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발판으로 차세대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양사는 6세대 제품인 HBM4의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하고 테스트 과정을 밟고 있다. 아울러 저전력 D램(LPDDR5X)으로 구성된 AI 서버용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2’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신제품 ‘루빈 CPX’에 탑재되는 그래픽용 D램(GDDR7) 공급도 노리고 있다.

황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HBM5, HBM97까지 앞으로 삼성, SK하이닉스와 장기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 파운드리와의 추가 협력도 관심이다. 황 CEO는 “삼성이 엔비디아의 모든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하게 된다”고 밝히며 “우리 제품이 삼성의 칩 제조 방식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이 대만 TSMC 의존에 대한 ‘헤징(위험회피)’ 차원인지 묻는 질문에는 “‘헤징’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파운드리의 기술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완벽하게 부합하는지 여부와 관련 있다. (파운드리 기술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결정의 문제”라고 답했다.

황 CEO가 삼성 파운드리와의 추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최근 가동률 상승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의 실적 반등 폭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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