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백사자' 탄생 알리는 게 동물원의 역할일까

최근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난 백사자 새끼 두 마리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 동물원은 지난해 대구의 실내동물원이 문을 닫으면서 압류된 324마리를 경매에서 낙찰받았는데, 그중에 있던 백사자 암컷과 수컷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이다. 문을 닫은 실내동물원 소유자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방치되었다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사자 '바람이'가 있던 시설을 운영한 사람과 동일 인물이다.
백사자들이 지냈던 실내동물원은 국내 수많은 체험동물원 중 거의 최악의 환경이었다. 이미 방치돼 폐사한 동물들이 있는데도 정부조차 '개인 자산'이라며 뒷짐지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으로 동물을 옮긴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 입장에서도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지하를 벗어나 땅을 밟고 살게 된 것만큼은 분명 잘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원에서의 백사자 출생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일부 언론은 '전 세계에 몇 마리 남아있지 않은 희귀종' 등의 표현을 쓰며 보도했다. 그러나 백사자는 별도의 종이나 아종이 아니다. 멜라닌 색소가 분포하지 않는 증상인 '류시즘'(Leucism)을 갖고 태어난 사자다. 백변증이라고도 하는 류시즘은 몸에서 멜라닌 색소가 전혀 형성되지 않는 '알비노'와는 달리 몸의 일부에서만 색소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알비노건, 류시즘이건 부모 양쪽 모두가 열성 유전자를 가져야 해서 야생에서 태어나는 일은 매우 드물고, 동물원에서 근친교배로 태어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근친교배는 유전자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특히 열성 유전자를 가진 동물 간의 번식은 유전적 결함과 질병 등으로 인해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현대 동물원이 표방하는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개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백사자에서도 면역력 저하, 새끼 생존율 감소, 신경계 이상 등의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 AZA)는 2011년부터 회원 기관의 백사자와 백호의 번식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The European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a · EAZA)또한 회원 기관이 '희귀한 열성 유전자의 표현을 위한 의도적 번식 관행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회원 기관은 구조 요청에 대응해 외부로부터 의도적으로 번식된 동물을 도입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반드시 관람객 대상 전시에 근친교배의 잠재적 위해성 및 보전적 가치 부족에 대한 교육적 메시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라는 지침도 명시하고 있다. 즉, 근친교배를 통한 백사자, 백호의 번식은 보전적, 윤리적으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사자의 출생을 상업적으로 광고하는 동물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홍보 행태가 비단 이 동물원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동물원 동물의 삶과 동물원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다. 당초 백사자를 사육하던 지하의 실내동물원도 백사자뿐 아니라 알비노 호저, 라쿤, 왈라비 등 백색증을 갖고 태어난 동물만 수집하듯 모아 홍보에 사용해왔다. 백사자의 탄생을 희귀종이라며 반기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들갑을 떨며 광고하는 게 실내동물원의 수준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2022년 전부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을 '야생동물 등을 보전 · 증식하고 그 생태 · 습성을 조사 · 연구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며, 국민에게 전시 · 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로 정의했다. 전국에서 운영되는 동물원 124곳 중 이 정의에 조금이라도 부합하는 시설이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보전까지는 바랄 것도 없이, 야생동물에 대해 기본적인 올바른 정보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시설들이 태반이다. 동물원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되었다지만, 새로 허가를 받아 문을 여는 실내 체험동물원도 많다. 법 개정 당시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형식적인 '교육 계획'을 제출하면 동물을 무분별하게 만지고 먹이주는 체험을 허가해주고 있다. '구조'라는 이름이 붙으면 동물 종을 불문하고 깊은 고민 없이 무조건 선량한 행동으로 칭송하는 사회적 풍조도 바람직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야생동물 사육에 대한 법적 기준이 강화되고 동물복지 시민인식이 성장하면서 열악한 전시시설이 문을 닫고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이 생기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청주동물원은 2010년 초반부터 동물원이 갖고 있는 공간적 한계를 깨닫고 수컷 사자 '먹보'를 비롯해 거의 모든 포유류 동물을 중성화 수술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부터 증식으로 동물을 늘리는 대신 보호가 필요한 동물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아있는 동물들을 돌보는 것만큼 '구조'가 필요한 동물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가두고 대우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서 동물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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