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고 보유세 인상? “큰 영향 없어”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5. 11. 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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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文 정부 수준’으로 인상해도 부동산 가격 영향은 제한적
“세제 개편은 조세 정상화 과정이어야”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반적인 부동산 세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관련 세수 총액을 민간 보유 부동산 자산 가치 총액으로 나눠 계산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0.33%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15% 수준이다. 10억원의 가치가 있는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연간 보유세 부담이 150만원 정도라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유세를 시행 중이다. 미국의 주택 보유세(Property Tax)는 전국 평균 실효세율이 0.9%에 달한다. 일본 역시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를 합산해 공시가격 기준 1.7%의 비례세를 부과한다.

이번 세제 개편 논의에서는 보유세 인상과 함께 거래세 인하도 거론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과세 체계는 크게 부동산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 매매 차익에 대해 내는 양도세,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지금처럼 보유세가 낮고 양도세가 높은 구조에서는 구윤철 부총리의 말대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잠기는(lock-in) 효과가 발생한다.

10월22일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소에 실거래 안내문과 취득세, 보유세 등 세금 상담 안내문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 동시 논의

보유세 인상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있다. 인상된 세금은 전월세 가격을 높이는, 이른바 '조세의 전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유세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매입을 고려하던 수요자들까지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 임대료는 더 오른다. 2018년 투기세를 도입해 보유세를 강화했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도 집값은 조금 내렸지만 대신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높은 보유세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수익률이다. 보유세가 오르면 주택을 유지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당연히 그만큼 수익률이 하락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여기에 거래세까지 인하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6개국의 1995~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봐도 보유세 인상은 주택 가격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의미 있는 수준의 인상, 또는 인하여야만 유의미한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재 정부가 논의 중인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금의 논의가 무색할 정도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없지 않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우리 사회의 여론과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나라는 보유세를 낮추는 대신 매매 차익에 대한 중과세를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운영해 왔다. 이제 보유세를 인상한다고 해도 한 번에 큰 폭으로 인상하기는 어렵고, 문재인 정부 시절 수준으로 복원하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그 효과 또한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2018년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5~2.7%로 인상했고, 2020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7년 33만 명이던 종부세 대상자는 2021년 95만 명으로 늘어났다. 세수는 3800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결과는 어땠나.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증세 조치들이 당시 시장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재산세의 변화는 부동산 거래량이나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된 세금이 주택 소유주들에게 집값 상승 기대수익률을 상쇄할 정도로 큰 부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세제 개편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세 인하는 생각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양도세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양도세는 일종의 징벌적 과세 성격을 띠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징벌적 과세라는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과 일본의 양도소득세율이 20% 내외지만, 우리나라는 1주택자에 대해 최대 45%,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최대 82%의 세율을 적용한다. 부동산 매매 차익에 대한 중과세를 정당한 과세로 보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세수 버팀목' 양도세 인하는 쉽지 않아

정부로서는 재정 수입도 고려해야 한다. 보유세에 속하는 취득세와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재원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중앙정부가 징수해 지방에 재분배하는 구조다. 반면, 양도세는 중앙정부 세수로 귀속된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양도세 수입은 16조8000억원으로, 재산세보다 많다. 정부로서는 양도세를 인하해 세수 감소를 감내하기가 쉽지 않다.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 모두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한계가 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제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존재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더 떨어진다. 결국 어떤 규제든 정권과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정책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세금의 영향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시장에는 세제 외에도 수급 여건이나 규제 환경, 유동성, 금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집값 급등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맞물리며 보유세 실효세율을 인상했지만, 집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은 현실이다. 지금도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등 복합적 요인이 주택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도권 인구 밀집 현상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킬 만큼의 주택 물량을 수도권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여당은 세제 개편 논의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토연구원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방향에 대한 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도 정부와 여당이 원한다면, 복잡한 세제 개편 없이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을 통해 보유세를 올릴 수 있다.

보유세의 합리적 부담 수준을 재검토하는 작업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세금은 자산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어떤 형태의 세제 개편이든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조세의 정상화' 과정이어야 한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일도 집값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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