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돋보기] 빵의 기억과 동구동락 음악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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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소제동이 달라졌다.
철도 관사와 오래된 골목을 덮던 먼지 대신, 아트사이트 소제(ARTSITE SOJE)의 전시 불빛과 주말마다 길게 이어지는 산책자의 발걸음이 거리를 채운다.
빵축제가 남기는 '맛의 기억', 동구동락축제의 '음악과 밤의 정취'가 다음 방문을 예고하는 감성의 예약표가 되어, 산책자를 다시 소제동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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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소제동이 달라졌다. 철도 관사와 오래된 골목을 덮던 먼지 대신, 아트사이트 소제(ARTSITE SOJE)의 전시 불빛과 주말마다 길게 이어지는 산책자의 발걸음이 거리를 채운다. 빵지수로 유명한 대전의 서사를 한자리에 모은 빵축제, 동네의 밤을 켜는 동구동락축제는 원도심을 '한 번 들르는 곳'이 아니라 다시 걷고 싶은 도시 무대로 바꾸고 있다. 관건은 이 변화가 일시적 붐으로 끝나지 않도록, 걷는 경험→체류→참여→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촘촘히 설계하는 일이다.
해법의 열쇠는 도시를 사랑하는 방식, 플라뇌르(flaneur, 도시를 유유히 거닐며 발견을 즐기는 산책자)의 무대로 거듭나는 것이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근대의 보행자를 묘사하며 주목한 이 개념은 대로보다 골목에서 빛난다. 골목은 반듯한 축과 단조로운 리듬이 지배하는 대로와 달리, 굴곡과 높낮이, 오래된 재료의 흔적이 빚는 불규칙의 질감이 살아 있어 시각·후각·촉각을 동시에 깨운다. 핵심은 바로 그 불규칙성이 선사하는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이다.
소제동은 플라뇌르의 이상을 구현하기에 알맞은 동네다. 관사·창고·선로의 흔적을 철거가 아닌 재해석으로 전시장·카페·공방으로 바꾸자, 골목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됐다. '꿈돌이'와 '짱구' 캐릭터를 품은 아트사이트 소제 같은 거점은 '잠깐 사진 찍고 떠나는' 소비를, 머무는 감상과 참여로 바꾸는 앵커다. 축제는 이 흐름에 속도를 더한다. 빵축제가 남기는 '맛의 기억', 동구동락축제의 '음악과 밤의 정취'가 다음 방문을 예고하는 감성의 예약표가 되어, 산책자를 다시 소제동으로 부른다.
국내외 성공사례도 방향을 확인해준다. 서울 성수동은 공장을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해 창업·문화 클러스터를 만들었고,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 참여로 달동네를 야외 미술관으로 되살렸다. 뉴욕 하이라인은 버려진 고가철로를 공중정원으로, 일본 도쿄 구라마에는 낡은 창고·공방을 리노베이션해 공예·디자인 거점으로 바꿨다. 공통점은 세 가지다. 보존적 재생, 콘텐츠의 지속성, 주민·민간의 동력.
대전 동구는 여기에 대전다움을 더하면 된다. 첫째, 거점-골목-축제를 하나의 경험 루프로 묶자. 아트사이트 소제-관사군-대동천-축제장을 잇는 보행 동선에 스토리 표지, 야간 조도, 작은 공연을 상시화해 '언제 가도 뭔가 있는' 골목으로 만든다. 둘째, 생활관광 패스를 도입하자. 스탬프를 모으면 전시·체험 할인, 카페 리필, 지역상품권으로 보상하고, 다음 축제·봉사·작가 토크까지 참여의 사다리를 연결한다. 셋째, 상생 가이드라인으로 과열을 막자. 임대료 급등 완충장치, 간판·외관 디자인 기준, 로컬 브랜드 인큐베이팅으로 '동네의 결'을 지킨다. 넷째, 지표는 체류시간·재방문율·지역매출 전환율로 관리해 "숫자 늘리기"에서 "관계 만들기"로 전환한다.
소제동은 이미 답을 보여줬다. 철거가 아닌 해석, 행사보다 경험, 시설보다 이야기. 도시를 사랑하게 만드는 힘은 거창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걸을수록 더 보이는 결을 가진 골목에서 나온다. 이번 가을, 우리는 소제동에서 또 한 번의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 아트사이트의 작은 전시, 빵 한 조각의 기억, 동구동락의 대동천 바람이 대전의 두 번째 인구를 키우는 씨앗이 될 것이다. 관계로 사는 도시, 대전. 그 첫걸음을 플라뇌르의 명소 소제동에서 시작하자.
박근수 배재대 호텔항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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