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천민” 부동산 新계급 지도까지…박탈감·분노에 출렁이는 민심
사는 지역 따라 ‘왕족-귀족-지방호족-평민-천민’ 계급표 개정판도
“당신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나”…정부의 ‘사다리 걷어차기’에 성토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집값 잡기'에 나선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이 민심의 뇌관을 건드렸다. 서민들과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비판 속에 역대 진보 정권의 '부동산 잔혹사'가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정책과 엇박자를 낸 고위 공직자들의 실언과 '수도권 내 집 지키기'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무주택자와 서민 앞에는 짙은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정부'라는 냉소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가운데 뚜렷한 공급 대책과 세제개편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정책 신뢰도에도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 인구 4분의 3 사는 곳 전부 규제로 묶어"
'10월19일 24시, 부동산 막차 시간표가 떴다.' 10월15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후 쏟아져 나온 반응이다. 각종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와 온라인 카페, 유튜브 등에서 포착된 지표는 "정부가 서울·경기 일부 지역 주택을 사라는 '부동산 매수 지도'를 그려준 것"이라며 규제를 '매수 지역 선별' 신호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확연했다.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구가 한꺼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원천 봉쇄되는 10월20일을 앞두고 거대한 '부동산 5일장'이 섰고, 현장은 전쟁터로 변했다. 역대 진보 정권에서 되풀이해온 '규제로 집값 잡기' 시도가 시장에 남긴 '패닉바잉' 학습효과는 그만큼 강렬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규제 적용을 앞두고 급박하게 전개된 매수 행렬에 대해 "매도자가 내놓은 집을 세입자가 안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내부 확인도 안 하고 계약금부터 쏘는 매수자가 많았다"며 "빨리 계약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매도자가 계좌를 잠그고 가격을 더 올려버리기 때문에 초조해하는 매수자들과 함께 1분1초를 다퉜다"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도 "10월19일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전자계약서를 썼다"며 "지방에서 급하게 올라온 사람부터 서울에 전월세로 살고 있으면서 그동안 매매를 망설였던 분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며 난리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초만 해도 '서울 집은 고점 아닌가'라고 묻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요즘엔 거의 없다"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가는 집도 못 사고 벼락거지로 전락한다'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일장 여파가 나타난 10월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5% 상승해 2월 이후 3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1%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난 광진구와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를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 '계급표'도 재소환됐다. 아파트 3.3㎡(1평)당 평균 매매가를 기준으로 '상-중-하, 1~10' 단계로 급지를 분류하고 사는 곳에 따라 '황족-왕족-귀족-지방호족-평민-천민'으로 분류한 계급도는 2025년 10월을 기점으로 '반갑지 않은' 개정판까지 나왔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는 상급지 중에서도 1급지,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 중 이번 규제에 포함된 곳은 중급지에 턱걸이했다. "돈 모아서 집값이 내려가면 사라"는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남긴 '어록'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 이 웃지 못할 표에는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게시물이 공유된 SNS 댓글에는 "매수 급행열차를 탈 수 없었던 저는 눈 떠보니 천민이 돼있다"며 "실수요자 대출까지 모두 막아버린 10·15 대책은 결국 '우리는 갭투자도 하고 강남에 살지만 너희는 안 돼. 앞으로 금수저 아니면 서울 입성은 꿈도 꾸지 마라'는 것 아닌가"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다 토허제 규제 시행 직전 기존 집을 처분하고 서울 송파구로 '갈아타기'를 한 한아무개씨(45)는 "문재인 정부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이번 매매 결정의 교본이 됐다"며 "서민이라면 누구나 집값 안정을 바랄 테지만 이번 정부에서 그런 의지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정책 설계자들의 결정에서 '직은 잃어도 서울 집은 지킬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았나. 공급 없이 규제만 반복하면 결국 핵심 입지 집값은 뛴다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과거와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풍선효과를 막겠다며 전 고점 대비 집값 회복세가 더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과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도 강남 3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우리는 무슨 죄냐"는 반발과 집단 항의도 이어진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0·15 부동산 대책은 지금껏 나온 것 중 최악이라고 본다"며 "부동산 과열을 막는다면서 대한민국 인구 4분의 3이 사는 곳을 전부 규제로 묶었다. 결과적으로 서민층의 주거 이동 부담까지 가중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누군가는 집을 빼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인데 그 연결고리를 막은 것"이라며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의 파장이 얼마나 클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철학 부재"
10·15 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는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3~6개월을 분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들썩임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 번의 부동산 대책에서 모두 가격 안정화의 결정적 요소인 '공급' 관련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27 대출 규제에 이은 9·7 공급 대책은 오히려 '향후 5년간 유의미한 신규 공급은 없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서울 내 주택 공급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10·15 대책 여파로 전세 낀 부동산 물건 매도가 막히면서 기존 주택을 통한 공급 통로까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정부가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한 채 '갈지(之)'자로 혼선을 키우는 주체가 되면서 정책 신뢰에 금이 갔고, 이로 인해 정책이 시장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시적인 잠금 현상 이후 대기했던 수요가 다시 움직이면, 대출 규제 여파로 실수요자보다 현금과 자본력이 있는 구매자들이 더 유리한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거래 절벽으로 주춤하고 있는 현 상황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이 대통령은 취임 전엔 '돈 있는 사람은 집을 사고 세금 규제 하지 않고 시장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집값이 오르니 갑자기 실거주하는 집이 아니면 다 '투기'로 간주해 대출을 막으며 전방위 압박을 한다"며 지금 정책으론 '열심히 모은 돈에 금융권 대출을 더해 강남에 터전을 마련해 보려는 1주택자'까지 모두 투기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집값 상승은 전국적으로 불장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한강벨트와 경기도 일부만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양극화 문제로 면밀히 접근했어야 한다"며 "과거와 똑같이 수요 억제책에 편중해 '때려잡자'로 접근하면 오히려 부동산 심리를 자극해 해결은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책이 사실상 '사다리 끊기'라는 반발과 비판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주택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됐다. 규제 지역으로 분류되면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추첨제와 가점제 비율이 조정되는 등 세부 조건이 바뀐다. 특히 청약 당첨자들도 동일하게 대출 제한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상당한 현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는 당첨되더라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551만1000원으로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15억4737만원이다. 규제 지역은 15억원 이상 아파트 구매 시 최대 대출 한도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만 가능하다. 강력한 규제 변수 앞에 10~12월 서울 서초와 경기 분당 등 규제 지역에 예정돼 있던 분양 일정이 일부 연기되거나 '미정'으로 바뀌었다.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상승 전망에 '무게'
전문가들은 내년 초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 이후인 10월16~30일까지 보름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7092건이다. 앞선 10월1~5일까지의 5260건보다 1800건가량 늘어났다. 매매나 재건축 단지를 바라보던 실수요자들의 임대차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전월세 가격도 급등할 조짐이다.
수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월세 시장이 주택 실거래 위주의 거래와 규제,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출렁이면서 주거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인만 소장은 "내년의 관전 포인트는 매매보다 전월세 난이 될 것"이라며 "당장 집값 올라서 민심 안 좋으니 급한 불부터 끄자는 방식을 반복하면 그 뒤에 또 다른 숙제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 정책을 놓고 '부동산 계엄령'이라는 혹평까지 나오는 가운데 서울에 거주 중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월27~28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3%는 이번 정책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매우 잘못했다'가 35.5%를 차지했고 '대체로 잘못했다'는 13.9%였다. 긍정 평가는 39.0%로 집계됐다. 특히 정책의 직접 영향권에 든 서울의 경우 부정 평가가 60.6%로, 긍정 평가(28.0%)를 크게 앞질렀다. 20대와 30대에서도 다른 연령에 비해 부정·긍정 평가 격차가 각각 31.7%p, 21.4%p로 벌어졌다.

정부의 대책에도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한국은행이 10월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는 집값 상승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와 양도세 등 후속 세제개편을 검토 중이지만 '불신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주거 사다리를 걷어찬 무능한 정책'이라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3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택 안정을 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라며 "일부 국민이 겪으시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동시에 주택 공급 대책을 촘촘히 점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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