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차 공장 이민 단속 후폭풍… “韓기업 최소 6곳, 대미 투자 철회·보류”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복수의 한국 기업이 계획했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가 뒤늦게 ‘투자 친화’ 메시지를 내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싸늘해진 투자 심리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3500억 달러(약 47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각) 미국 주재 컨설턴트와 변호사 등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조지아 사태’ 이후 한국 기업 중 최소 2개 사가 미국 내 계획했던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최소 4개 사는 일시 중단했던 대미 투자 보류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컨설턴트와 변호사들은 고객과의 사업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해당 기업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감지되는 ‘투자 냉기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한국 경제 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한 한국 기업이 미국 내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었으나, (조지아 사태 이후)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우려해 결국 한국에서 공장을 확장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덴버 소재 법률회사 ‘홀랜드 앤드 하트’의 크리스 토머스 이민 변호사 역시 “한국의 한 대형 IT 기업 고객이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진출 계획을 접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대신 한국이나 인도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변호사는 “이번 단속의 여파는 분명하다”며 “일본과 한국 기업, 그리고 몇몇 다른 고객사들이 ‘당분간 모든 것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소개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9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공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이 공장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주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치켜세웠던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적 현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단속으로 출장 비자(B-1/B-2)로 입국한 300명 이상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수갑을 찬 채 구금됐고, 양국 정부 간 협상 끝에 7일 만에야 석방됐다. 이 사건은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던 한국 기업들에 ‘치명적 불확실성’을 각인시켰다.
투자 위축 배경에는 이민 단속의 공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비자 규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특히 전문직 비자(H-1B)에 대한 신규 수수료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부과 방침은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국제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인트라링크의 조너선 클리브 대표는 “직원들이 미국 파견을 꺼리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불끄기’에 나섰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가장 역동적이고 투자 친화적인 경제로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최근 무역 협상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자신의 행정부가 수행한 이번 단속에 대해 “매우 반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도 지난주 경주에서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한국 재계 총수들을 만나 비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달래기’가 일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버비 컨설턴트는 “최근 몇 주간의 논의, 특히 방금 발표된 무역 합의가 한국 투자자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의 중심에 있던 LG에너지솔루션 역시 10월부터 출장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커트 통 전 아태경제협력체(APEC) 대사는 “새로운 무역 합의가 일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겠지만, ‘현대차 사태’는 여전히 ‘상당히 나쁜 뒷맛’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원래 예정된 2025년 말 완공 날짜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SK온과 SK하이닉스는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 현대차와 삼성, 한화 등은 WP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결국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WP는 인트라링크 클리브 대표를 인용해 “조지아 단속은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망설이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며 “기업들의 핵심 우려는 미국 통치의 혼란스러운 특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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