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또 우승 놓친 최혜진, '플랜B'를 세워라!

[골프한국] 골프 팬들은 4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최혜진이 '122전 123기'라는 희귀한 기록을 세울 것으로 믿었다. 1라운드 8언더파, 2라운드 6언더파, 3라운드 5언더파로 거의 무결점 경기를 펼쳐 마지막 라운드만 잘 지키면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혜진은 8년 전 악몽의 희생양이 되었다.
2017년 17세의 여고생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앞두고 공을 물에 빠뜨려 준우승에 머문 최혜진은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메이뱅크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버디를 기록한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에게 고배를 들었다.
KLPGA투어 9승을 거두며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2022년 LPGA투어에 진출한 최혜진은 123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아직 우승이 없다. LPGA투어 데뷔 후 준우승 2회를 포함해 '톱10'에만 28차례 진입한 그는 꾸준한 성적으로 통산 상금 584만 4969달러(약 83억 6000만원)를 벌어 우승 없는 선수 중 상금 1위(전체 77위)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최종 4라운드에서 톱10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선수 중 유일하게 최혜진만 오버파(1오버)를 친 것만 봐도 이날 그가 얼마나 심리적 압박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야마시타 미유, 해나 그린(호주)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이미 그를 지탱하던 동아줄은 그의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먼저 경기를 마무리한 야마시타와 공동선두인 상태로 마지막 18번 홀(파5)로 들어선 최혜진은 버디 하나만 잡으면 우승을 확정하는 상황을 맞았지만 2m 버디 퍼트를 놓쳐 야마시타, 그린과 함께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이날 안정감을 잃은 최혜진의 드라이버는 연장 첫 홀에서도 왼쪽으로 당겨졌다. 기상 악화로 한 시간 뒤 필드로 돌아온 최혜진은 3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야마시타와 버디 싸움을 남겨놓았다. 야마시타가 먼저 침착하게 6m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더 가까운 거리의 최혜진의 공은 홀을 벗어났다. 야마시타는 지난 8월 메이저 AIG여자오픈 이후 3개월 만에 우승을 보태 지노 티티쿤에 이어 시즌 2번째 다승자가 됐다. 이 우승으로 신인왕은 야마시타의 차지로 굳어졌다.
최혜진의 기량에 대해서는 의문에 여지가 없다. 통계상으로도 퍼포먼스 지표는 LPGA 상위권이다. 특히 샷 메이킹, 드라이브 거리·정확도, 그린 적중률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 공을 물에 빠뜨리거나 드라이버 샷이 흔들린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 '과잉 조정(over-adjustment)'이 생기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즉 기술적으로 샷 메이킹 자체는 좋지만 마지막 순간 해당 샷에 대해 '리스크 관리'나 '상황에 맞는 컨트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쉽게 풀면 너무 완벽을 기대하며 공격하려다 실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최상의 샷보다는 안정성이 보장되는 무던한 샷을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상황이라면 좀더 보수적인 전략을 세우고 리스크를 줄이는 경기를 하는 것이 현명한다. 즉 '우승이 눈앞에 있다'는 인식이 순간적으로 과도한 기대감과 부담감으로 작용해 샷 직전 긴장도가 올라가는 현상를 예방하기 위한 '플랜B'를 세우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격적인 샷'과 '안정적인 샷'의 균형을 전략적으로 세울 줄 알아야 한다. 예컨대 리드 상태에서 물이 있는 홀, 벙커가 많은 홀, 바람이 강한 날 '버디보다는 파 확보' 전략, 마지막 3~4홀에서 위험 구역을 피하는 전략 및 타수를 잃지 않는 전략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여기엔 물론 '만약 실수를 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플랜 B도 포함된다.
기술적 강점이 있으므로 가끔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할 수 있지만, 우승 직전에는 '최대 리스크'가 있는 샷보다는 '안전하게 리스크를 낮춘 샷'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고 선두권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최혜진의 경우 리스크 관리와 멘탈 유지 면에서 보완한다면 우승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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