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달러 현상금’ 테러리스트, 시리아 대통령 돼 백악관 찾는다

아흐메드 후세인 알샤라(43)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공식 방문한다. 시리아 국가 원수의 백악관 방문은 사상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계기로 본격적 중동 정세 재편에 나선 트럼프가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이어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미·친서방을 표방하는 동시에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에도 나선 알샤라를 미국이 적극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대사는 1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 안보 회의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알샤라 대통령이 이달 워싱턴을 방문한다”며 “시리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IS) 격퇴 연합군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트럼프와 알샤라가 10일 만날 예정”이라며 “시리아 정상이 유엔 총회 참석이 아닌 백악관 방문을 위해 미국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알샤라의 백악관 방문은 시리아의 극적 변모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란이 주도하는 반미·반이스라엘 연대 ‘초승달 벨트’의 핵심 일원이었던 시리아가 친미·친서방 국가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알샤라 본인이 IS의 전신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 출신으로, 한때 미국의 수배 대상이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그는 2003년 AQI에 합류해 활동하다 2006년 미군에 붙잡혀 감옥 생활도 했다. 이후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알카에다 지부 ‘알누스라 전선’을 시리아에 세우고, IS와 경쟁하는 강력한 무장 세력으로 키웠다. 이때 미국과 유럽에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로 수배돼 10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알샤라는 그러나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하고 조직을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시리아 해방 기구)’이라는 이름으로 재편하면서 친서방, 온건 노선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서방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겠다” “타 종교와 소수 민족에게 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HTS를 단순 무장 단체가 아닌 시리아 북서부의 실질적 통치 기구로 변신시켰다. 이후 8년여에 걸친 내전 끝에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붕괴시키고, 올해 1월 임시 대통령에 올랐다.
이란과 손잡은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미국과 유럽은 반색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중동 방문 때 사우디에서 알샤라와 처음 대면한 뒤 즉각 시리아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HTS의 외국 테러 조직 지정을 해제하고 제재 완화에 나섰다. 미국 외교협회(CFR) 등은 “알샤라의 백악관 방문은 이런 흐름의 정점”이라며 “미국은 시리아를 중동 내 질서 복원과 이란 견제의 연결 고리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최대 현안은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관계 회복이다. 양국은 본래 시리아령이었으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백악관 회담에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안보 합의’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골란고원 인근 충돌 차단, 시리아 남부 ‘완충지대’ 설정, 이스라엘 동맹인 드루즈족의 안전 보장 등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트럼프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이어 이스라엘·시리아 관계 개선을 내세워 ‘평화 대통령’ 이미지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해온 이란의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 친미 수니파 국가들과 시리아를 한 테이블에 묶어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관계 개선)의 확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의 강경 여론, 드루즈 지역 내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리아 정세도 여전히 불안하다. 1300만명에 달하는 난민 귀환, 폐허가 된 국토 재건, IS 잔당 척결 및 민병대 무장 해제, 소수 종파·민족의 안전 보장, 알아사드가 남긴 화학무기 통제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란의 역공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알샤라 입장에서는 미국과 서방의 도움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그는 지난달 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했고, 쫓겨난 알아사드의 망명도 받아줬다. 서방과 관계 개선에 나선 알샤라가 지금 푸틴을 만난 것은 ‘적극 지원이 없으면 러시아와 다시 손잡을 수 있다’는 신호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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