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뉴욕증시, 배고픈 서울증시 …‘빚’과 ‘빛’, 그리고 APEC 효과 [홍길용의 화식열전]
코스피 4100을 넘었다. S&P500도 신고가 행진이다. 코스피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률로 미국 S&P500를 앞서고 있다. 10월 말 미국과 한국에서 전혀 다른 뉴스의 흐름이 전개됐다. 뉴욕은 ‘증시 AI 버블’ 우려, 경주는 ‘한국 AI 허브’ 기대다. 사상 최대 밸류에이션을 경신해온 뉴욕 증시의 버블 우려는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다만 최근 상황은 분명 뭔가 다르다. 가격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빚(debt)이 주제로 등장했다. 역사상 경제 위기들의 공통 원인은 빚이었다.
반면 ‘한국 AI 허브론’은 낯설지만 스토리가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국의 제조업과 IT 역량이 꼭 필요하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강국이 될 수 있다면 증시 밸류에이션도 지금보다 다른 차원이 될 수 있다. 미국 투자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둬야할까?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을 달러로 환산하면 그리 극적이지는 않다. 2021년 3300선일 때 달러 시총이 2조 달러 정도 였다. 지수가 24% 올랐는데도 현재 달러 시총은 2조3000억 달러로 15%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와 비교하면 지배구조 면에서 개선이 이뤄졌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까지 겹쳤다. 한국 증시는 오랜 기간 미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에 크게 뒤쳐졌다. 올해 반전을 이뤘지만 가격 매력이 여전해 이 기세는 꽤 오래 끌고 갈 만하다. 이번 경주 APEC이 그 계기다.

지난 주 아마존(Amazon), 파라마운트(Paramount), UPS, 타깃(Target) 등의 미국 기업들이 3만1800명을 해고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갈래다. 인공지능(AI) 도임에 따른 노동력 대체와 관세로 인한 매출 하락이다. 인력고용회사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 통계를 보면 미국 기업들이 올들어 9월까지 줄인 일자리는 100만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가장 많다. 같은 기간 고용 계획은 2009년 이후 가장 적다. AI로 인한 사무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는 ‘화이트 칼라 불황’(white-collar recession)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구글(Google), 아마존,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를 발표했다. 올해(3500억 달러) 보다 많은 4000억 달러다. 구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메타는 내년 1000억 달러 투자를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앞서 오라클(Oracle)도 9월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로 180억 달러를 조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74%나 늘려 잡으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구글은 올해 80억 달러 수준인 설비 투자를 내년 93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지만 실적이 좋아 주가 하락은 피했다.
빅테크(Big Tech)들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면서 ‘AI 버블’ 우려의 차원이 달라졌다. 각자 본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자랑하는 빅테크들이다. 버는 돈으로 감당 못할 투자라면 누가 봐도 ‘무리’라고 할만하다. 소득이 높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경기가 나빠지면 빅테크 실적도 좋아지기 어렵다.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가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면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진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지난 3분기 61억 달러 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주가가 상승한 지난 3년간 버크셔의 주식 매도 액은 1840억 달러다. 투자의 핵심은 평가이익이 아닌 이익실현이다. 버핏이 이번에도 현자의 면모를 증명할 지 두고 볼 일이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것은 엔비디아(Nvidia) 반도체다. 제 돈이든 빌린 돈이든 빅테크가 엔비디아에서 사가야 한다. 엔비디아 반도체에는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품(HBM)이 꼭 필요하다. AI 투자가 거품이라고 해도 일단 반도체 기업들은 돈을 번다. 한국 증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이 반도체다. 최근 앤비디아는 한국에 무려 26만개의 GPU를 주기로 했다. 미국의 우방이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젠슨 황의 약속대로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GPU를 가진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 증시에 호재다.
다만 주의할 부분은 있다. GPU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센터 등 관련 하드웨어 투자가 필요하고 발전량도 늘려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은 현재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설비투자 부담이 이미 상당하다. 앤비디아 GPU 구매에는 최대 20조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GPU 활용을 위한 AI 인프라 구축 투자비용까지 가중된다면 재무부담이 아주 커질 수 있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AI 투자는 국가 단위 과제다.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의 조치들이 제때 이뤄져야만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 보다 AI 수혜를 더 많이 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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