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들어올 땐 쉽지만 나갈 땐 아닌’ 구독 서비스

허시언 기자 2025. 11. 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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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독하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해지했습니다. 그런데 구독 해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한참 헤맸죠. 이것저것 클릭하고 고군분투하면서 구독 서비스의 가입·해지 절차가 ‘통발’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어구 중 하나로, 입구는 아주 넓어서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가운데는 좁은 통 모양으로 만들어 한 번 들어가면 다시 거슬러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닌’ 구조가 안에 갇힌 물고기와 서비스 이용자를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듭니다.

구독 서비스는 보통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렵습니다. 처음 가입할 때는 ‘가입’ 버튼도 크게 달아놓고 결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하지만, ‘해지’ 버튼은 꼭꼭 숨겨놓죠. 네이버에 구독한 서비스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구독 취소’가 뜰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해지를 못 하고 애를 먹는 것 같은데요. 해지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확인하기 위해 티빙, 웨이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쿠팡 와우 멤버십, 배달의민족 배민 클럽에 차례대로 가입했다 다시 해지해봤습니다.

모두 가입 절차는 매우 쉬웠습니다. OTT 서비스는 ‘구독 신청 → 이용권 선택 → 결제’ 단계를 거치면 구독이 완료되고요. 쇼핑·배달 서비스는 간단하게 ‘가입 신청 → 결제’만 하면 바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지할 때는 절차가 복잡해집니다. 우선 티빙부터 해지를 시도했는데요. 구독 화면과 달리 구독 해지는 바로 눈에 띄지 않았고요. 해지 유형에 따라 절차가 달라 안내문을 따로 읽어야 했습니다.

구독 서비스 중 일부는 해지 신청 시 즉시 계약이 해지돼 이미 결제한 이용 금액 중 일정액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환급되는 ‘중도 해지’와 해지 신청을 해도 이용 만료 시점까지 계약이 유지돼 이미 결제한 이용 금액이 환급되지 않는 ‘일반 해지’ 제도를 운용합니다. 티빙은 ▷다음 회차 결제 해지(일반 해지) ▷중도 해지 ▷청약 철회(사용 내역이 없을 때 결제 취소·환불)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독 취소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반 해지와 달리, 중도 해지와 청약 철회를 위해서는 고객센터를 통해 일대일 문의를 접수해야 했죠.

이는 웨이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해지는 바로 할 수 있지만, 중도 해지와 청약 철회는 고객센터에 연락해야 하는데요. 웨이브는 지난달 15일 일반 해지와 중도 해지 제도를 운용하면서도 일반 해지만 상세히 안내하고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과 방법·효과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쇼핑·배달 구독 서비스는 해지 절차가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대신 기나긴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해지하기를 클릭하는 순간 “잠시만요! 멤버십 유지하고 매월 받는 혜택을 계속 누리세요” “더 많은 쿠폰 할인이 있어요” “늘어나는 구독료 부담 네이버 멤버십으로 아끼세요” “더 이용해보고 결정하겠어요?” 등 해지를 막는 갖은 설득 문구를 지나친 끝에 비로소 해지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해지 이유를 알려 달라는 설문조사를 하고 멤버십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한 번 더 본 후 비로소 절차가 끝났죠.

쿠팡 와우 멤버십도 비슷합니다. 멤버십 해지하기를 누르면 “남은 기간 혜택을 더 이용해보고 결정하세요”라며 해지하면 쿠팡플레이, 로켓프레시, 와우 할인가, 새벽배송·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배달의민족 배민 클럽도 각종 결제·제휴 혜택과 멤버십 유지 때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보여주고 해지 의사 확인 절차를 수차례 거듭합니다.

공정위는 중도해지를 도입하지 않고 일반해지만 인정하는 행위가 소비자의 해지권 행사를 방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심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공정위는 중도해지와 일반해지 중 어떤 해지 방식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제재 없이 심의를 종료했는데요.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편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구독경제와 관련된 실태조사와 해지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죠. 무엇보다 가입만큼 쉬운 해지 절차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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