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地選 D-7개월…정청래 ‘공천룰’ 발언 정치적 해석 ‘분분’

김진수 기자 2025. 11. 2. 20: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민주당 ‘전략공천’ 카드 촉각
“내리꽂는 일 없다” vs “필요시 가능”
‘당원주권주의’ 이념적 지향 강조하며
‘선거 승리’ 현실적 목표 긴장감 반영
광주시장·전남지사 후보 선출 시험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발대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천 룰’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행사에서 “당 지도부에서 옛날 방식으로 후보를 내리꽂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상향식 공천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전략공천은 당헌·당규대로 보장됐고 필요한 경우 전략공천을 하는데 상황을 봐 가면서 하겠다”고 덧붙여 중앙당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모순이라기보다는 민주당 내부에 깊숙이 자리한 2개의 가치, 즉 ‘당원주권주의’라는 이념적 지향과 ‘선거 승리’라는 현실적 목표 사이의 긴장을 반영하는 정교한 정치적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의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과정이 정 대표가 제시한 ‘이중 트랙’ 공천 독트린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지 주목된다.

◇공천의 두 얼굴-당헌·당규와 정치적 현실

정 대표의 “내리꽂는 공천은 없다”는 선언은 당내 권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 소수 지도부나 계파 수장이 공천을 좌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당의 진정한 주인인 당원에게 권한을 돌려주겠다는 시대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강화된 ‘당원주권’의 흐름은 이제 민주당의 핵심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정 대표가 “이번 선거는 권리당원 참여가 100%, 전면 확대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상향식 공천은 단순히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정치적 효용성을 가진다. 경선 과정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효과적인 홍보의 장이 되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당헌 속 전략공천의 제도적 기반

당원주권주의가 대세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헌을 통해 중앙당 지도부가 필요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명확히 마련해 두고 있다. 이는 당의 ‘비상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항인데, 바로 ‘전략공천’ 제도다.

민주당 당헌 제87조의2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최고위원회는 의결을 통해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선거구(후보자를 포함한다)’를 선정하기 위해 중앙당에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이는 당의 민주적이고 분권적인 운영 원칙 속에서 예외적으로 중앙당의 전략적 판단이 우선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즉, 당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경선이 원칙이지만 ▲경쟁 후보가 없어 경선이 무의미한 경우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외부 인재 영입이 필요한 경우 등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도부가 직접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의미다.

◇이중적 원칙의 ‘정치적 함의’

정청래 대표가 “전략공천은 컷오프라고 보긴 어렵다”고 굳이 선을 그은 발언은 이 이중적 시스템을 운영하는 지도부의 고심을 드러낸다.

이 발언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전략공천 제도를 둘러싼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수사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서 ‘컷오프’(공천 배제)와 ‘전략공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컷오프는 특정 후보의 자격이나 경쟁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전제로 경선에 참여할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정 대표는 전략공천을 ‘처벌’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는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소극적 조치가 아니라, 당의 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최적의 후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선택하는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프레임 전환은 지도부가 경선을 생략하는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특정인을 찍어내기 위한 반민주적 행위가 아니라 당 전체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결국 정청래 지도부가 전국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광주·전남에 ‘전략공천’ 카드를 쓸 것인지 지역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진수 기자

Copyright © 광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