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작부터 ‘희대의 짤’ 생성에 빠졌다

정의종 2025. 11. 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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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증인 채택 166명 ‘역대급’
美통상 협상·반도체 수출 ‘후순위’
과잉 퍼포먼스 반복 ‘유튜브중계’
정파적 공방에 인격권 훼손 우려도


2025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구성된 새 국회는 ‘견제와 균형’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잇따랐지만, 실제 회의장 안팎에선 정파적 공방과 이미지 정치가 지배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에서 위원장들의 과도한 정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특정 인물·정파 중심의 공세와 과잉 퍼포먼스가 반복되며 ‘국감이 아닌 정치 유튜브 생중계 장(場)’이 됐다는 지적도 기현상으로 꼽혔다.

먼저, 이번 국감은 규모 면에서도 ‘역대급’으로 지적됐다. 기업인 증인 채택만 약 166명으로 지난해 대비 증가했고, 기업인·참고인을 포함하면 200명에 육박하는 규모로 집계됐다. 상임위별로는 명단 합의 전후로 증인 철회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미 대기업 총수 및 주요 기업 대표들이 증인으로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장이 컸다.

그럼에도 정작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핵심 국가현안들은 후순위로 밀렸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 반도체 수출전략,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구조 등 산적한 경제·산업 현안 노동·환경 분야의 중대재해 대응 및 사후 책임 등 이런 의제들은 증인 출석과 질의의 배경으로 거론되었음에도,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관전평이다.

대신 회의장은 ‘보여주기식 정치 퍼포먼스’로 채워졌다. 일부 의원이 보좌진을 회의장 내부에 대동해 영상 촬영, SNS용 숏폼 콘텐츠 제작을 위해 증인 출석 장면을 실시간 또는 녹화해 유출하는 등 민간인 증인에 대한 질의보다 ‘맹공장면’과 ‘드라마적 연출’을 우선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는 초상권 침해, 인격권 훼손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심지어 현장 국감에도 의원별로 촬영 담당 보좌진을 별도로 데리고 다니며 마구잡이로 촬영하기도 했으며, 일부 국감 장에서는 “촬영 끝났으면, 이제 회의 좀 하자”는 의원들의 비아냥이 넘쳐났다.

대기업 총수급 재벌 인사들에 대한 무리한 증인 채택도 논란을 키웠다. 상호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인을 비호하기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는 듯한 증인 채택이 반복돼 국회의 권한을 넘어선 요구가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감 제도 개편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감의 목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정쟁과 과잉 퍼포먼스, 실효성 없는 자료 요구, 민간 압박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를 출입하는 한 기관협력관은 “이제 국회는 예능 촬영장이 됐다. 영상을 찍어 마음대로 유포하고,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돼 망신을 당한 이들이 병원 치료까지 받는 사례도 있다”며 “국감이 정책 검증이 아닌 정권 방어전·사적 정치 무대가 되면 국민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종 기자 je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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