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공백에 ‘원정진료’…서울환자 10명중 4명 ‘타지인’

이휘빈 기자 2025. 11. 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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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중 중증질환자 의료공백 심화
원정 진료비만 약 11조…서울 빅5병원 쏠려
전남·경북 주민 10명 중 3.5명 서울행
“지역 거점 병원 정책·재정적 지원 필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일 공개한 ‘2024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전체 환자 1503만명 중 41.5%에 달하는 약 624만명이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전남 여수의 정모(70)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암 진료를 받은 지 10년이 되어간다. 지역에는 마땅한 병원이 없고 후유증이 무섭기 때문이다. 매주 KTX 비용도 부담되지만, 지역엔 마땅한 병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씨의 사례는 비단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증질환이 발생했을 때 믿고 치료받을 의료 기반이 지역에서부터 무너지면서 수많은 농어촌 주민이 살기 위해 서울로 가는 기차나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의료 양극화’가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일 고개한 ‘2024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전체 환자 1503만명 중 41.5%에 달하는 약 624만명이 정씨와 같이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서울에서 사용한 진료비만 무려 10조8055억원에 달했다.

서울로 향한 원정 진료 환자들은 서울 내에서도 특정 지역으로 집중됐다. 통계에 따르면 지방 환자들의 진료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강남구였다. 그 뒤를 이어 송파구, 종로구, 서대문구, 서초구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대형 상급종합병원들이 위치한 곳이다.

◆경북·전남 주민  3명 중 한명은 ‘원정 진료’=이러한 서울 쏠림 현상의 이면에는 농어촌 지역의 심각한 의료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관내 이용률)이 농어촌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전국에서 관내 이용률이 가장 낮은 곳은 55.7%를 기록한 세종시였다. 그러나 농어촌 비중이 높은 경상북도(65.0%)와 전라남도(67.7%)가 그 뒤를 이어 전국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이는 대도시를 제외하고 농민과 어민이 주로 거주하는 도(道) 단위 지역 중에서는 사실상 경북과 전남의 의료 여건이 가장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체적인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구(91.4%)를 시작으로 부산(90.1%), 대전(86.9%), 광주(85.2%) 등 대형 광역시의 관내 이용률은 90%를 웃돌거나 이에 근접하며 농어촌 지역과의 극명한 격차를 드러냈다. 이는 농어촌 주민들이 중증질환 발생 시 지역 의료체계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수도권 집중 악순환·지역 의료 역량 강화 시급”=건보공단은 이번 통계가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역의 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농어촌 고령 환자들이 매번 수십만원의 교통비와 숙박비를 감당하는 고통을 덜고 거주지 인근에서 중증질환 치료를 완결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병원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통계가 명확히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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