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개 AI칩 모두 돌리려면…'원전 1기' 맞먹는 전력 필요
전력수요 70% 초과 전망에도
고리 2호기 가동 2년 넘게 보류

엔비디아가 한국에 공급할 인공지능(AI) 반도체 26만 개를 모두 가동하려면 엄청난 전력 공급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원전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에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설계 수명 만료로 2년 반째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올해부터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차세대 AI 칩 ‘블랙웰’의 소비전력은 칩당 약 1.4㎾로 추정된다. 이 칩 26만 개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전체 소요 전력은 0.6~0.8GW에 달한다. 냉각장치 등 부대설비에 필요한 전력을 포함하면 초대형 원전 1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전국 전력 소비의 1%를 넘는 규모다.
정부가 올해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런 수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4년 대비 15.5TWh(약 1.8GW)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칩 26만 개만 해도 이미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다. 하정익 서울대 전력연구소장은 “이 추세라면 향후 10년 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정부 전망보다 약 70%나 높은 3GW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전력계획의 ‘총량 중심’ 설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2038년 피크 전력을 145.6GW로 잡았다. 그러나 이는 전국 평균을 전제로 한 총량치일 뿐이다. 실제로는 평택 용인 이천 등 수도권 남부에 AI 데이터센터는 물론 초대형 반도체 공장이 몰리면서 일부 지역 변전소의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계획에 머물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확보하고도 전력이 부족해 진전이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 소장은 “정부의 전력 기술 고도화와 인허가 노력은 물론 기업의 ‘자기책임주의’가 수반돼야 데이터센터 전력망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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