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깜빡이는 점과 눈보라, 흑백TV 노이즈 착시…바로 ‘이 눈병’?

옛날 흑백 TV에 안테나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나타나던 현상이 있었다. 지지직 소리(노이즈)와 함께 화면에 깜빡이는 점이 사라지지 않았다. 눈 앞에 깜빡이는 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듯한 착시 증상을 보이는 병을 '시각적스노우증후군(VSS, Visual Snow Syndrome)'이라고 한다.
시각적스노우증후군(VSS) 환자는 구름이나 나무껍질, 자동차 앞부분을 바라볼 때 거기에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 얼굴이 보이는 듯한 착시 현상, 즉 '얼굴 파레이돌리아'(Face pareidolia)'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착시 현상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시각적스노우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환자 132명(실험군)과 일반인(대조군) 등 250명 이상을 온라인으로 모집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나무껍질, 커피잔 등 일상적인 사물 사진 320장을 보여주고, 얼굴처럼 보이는 정도를 0~100점으로 평가하게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VSS 환자는 물체에서 얼굴 모양을 보는 착시 현상(얼굴 파레이돌리아)을 일반인보다 훨씬 더 심하게 겪으며, 특히 편두통을 함께 앓는 VSS 환자는 착시가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의 뇌는 시각적 패턴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시각 피질의 과도한 흥분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는 외부 자극을 빠르게 추론한 뒤 느리게 검증하는 피드백 과정을 거치는데, VSS 환자의 경우 이 루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착시가 고쳐지지 않고 증폭된다.
이 연구 결과(Increased susceptibility to the face pareidolia illusion in Visual Snow syndrome)는 국제학술지 《지각(Perception)》에 실렸고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이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시각적스노우증후군(VSS)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 의대 안과 신현진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신경안과학회학술대회에서 VSS 환자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VSS 환자의 90% 이상이 각종 시각적 증상을 호소했으며,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결과 환자의 60% 이상에서 시각 피질 뒤쪽의 대사 이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 중 60% 이상이 우울·불안장애를 함께 겪고 있었다. 이 병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각적스노우증후군은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이다. 따라서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함께 고려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 병의 정확한 유병률이나 발병률은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다. 일부 안과 전문가들이 전체 인구의 약 1~3%가 시각적 스노우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20~30대의 활동적인 연령층과 남성에게 이 병이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병에 대한 진단 기준도 최근에야 마련됐고, 의료진의 인식도 부족하다. 아예 진단받지 못하거나 오진되는 환자가 많을 것 같다.
시각적스노우증후군(이하 전자)은 비문증(이하 후자)과 어떻게 다를까? 전자는 시야 전체에 깜빡이는 점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반면 후자는 눈앞에 점이나 실, 거미줄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는 증상으로, 주로 밝은 곳에서만 보이며 물질이 시선에 따라 움직인다.
또한 전자는 뇌의 시각 피질이 과흥분 상태일 때 발생하는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추정되며, 광과민증·잔상·편두통·불안감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후자는 눈 속의 유리체가 노화나 외상 등으로 혼탁해지면서 생기는 생리적 현상이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전자는 신경과와 안과의 협진이 필요하며 PET(양전자방출 단층활영)·MRI(자기공명영상) 같은 뇌 영상 검사를 받는다. 후자는 안과에서 OCT(광학단층촬영)·안저검사 등을 받으며,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자는 증상이 하루 종일 지속되며 시야 전체에 영향을 준다. 후자는 특정 조건에서만 보이고 증상이 비교적 부분적이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정밀검사로 감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시각적스노우증후군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약물 치료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평소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관리와 시각 자극의 회피, 생활습관의 개선 등이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얼굴 착시 테스트는 빠르고 접근성이 높아, 어린이나 표현력이 떨어진 환자의 진단에 좋다. 시각적스노우증후군 환자는 일상생활, 학업,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겪을 수 있다. 심층 역학 연구와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 정밀한 진단 기준의 확립이 시급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눈앞에 점이 깜빡이고 눈보라처럼 퍼지는 증상, 그냥 착시인가요?
A1. 아닙니다.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시각적 스노우 증후군(Visual Snow Syndrome, VSS)'일 수 있습니다. 이는 뇌의 시각 피질이 과흥분 상태일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질환으로,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Q2. VSS는 어떻게 진단하나요? 비문증과는 뭐가 다른가요?
A2. VSS는 시야 전체에 깜빡이는 점들이 하루 종일 지속되며, 어두운 곳에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반면 비문증은 밝은 곳에서만 보이고, 점이나 실 같은 부유물이 시선에 따라 움직입니다. VSS는 신경과·안과 협진과 뇌 영상 검사(PET, MRI)를 통해 진단하며, 비문증은 안과 검사로 구분됩니다.
Q3. 치료는 가능한가요? 일상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A3. 현재 VSS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약물 효과도 제한적입니다. 대신 스트레스 관리, 시각 자극 회피, 생활습관 개선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얼굴 착시 테스트는 진단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치료사와의 정서적 상호작용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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