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다] ⑨ 대청도서 만나는 이색체험과 풍경
밥도둑 홍어
국내서 많이 잡히는 곳 '대청도'
주민들 홍어 삭히지 않고 말려
말린 홍어, 날씨·바람 따라 맛 달라
옹진 대청도 옥죽동
독특한 사막 풍경 관광객 '발길'
해안사구 쌍봉낙타 조형물 인기
장비 설치…모래 이동 경로 관측

홍어를 직접 손질해 맛보고,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에서는 낙타와 마주한다. <섬, 하다>는 이국적인 체험과 풍경이 공존하는 섬, 인천 대청도로 향했다.
▲ 생홍어의 고향…인천 대청도 홍어 이야기

대부분 '홍어' 하면 대부분 전라남도 흑산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홍어가 잡히는 곳은 인천 대청도다.
이 섬에서 잡힌 홍어는 전국 유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약 90%가 전남 목포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인천으로 향한다.
하지만 대청도 주민들은 홍어를 삭히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 섬에서는 삭힌 홍어를 파는 식당도 없다.
보통 홍어는 회로 먹거나 말려서 볶아 먹는다. 대청도에서는 홍어를 직접 손질하고 맛볼 수 있는 '회 뜨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지난달 3일 오전 김형진(59) 대청도 특성화사업추진위원장 겸 모래울 마을 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에 따라 기자가 직접 대청도 모래울동(대청4리) 마을 정자에서 홍어회 뜨기 체험에 나섰다.
평소 홍어는 삭힌 음식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물 홍어를 손질해 먹는 체험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현장에 도착하니 탁자 위 도마에 어른 팔 길이만 한 싱싱한 홍어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납작한 몸통에 양옆으로 커다란 지느러미는 마치 하늘을 나는 연을 연상케 했다.
홍어는 상어처럼 딱딱한 뼈가 아닌 연골로 이뤄진 연골어류로 일반 생선과 회를 뜨는 방식이 다르다.
"홍어는 몸이 납작하고 살이 부드러워서 칼을 너무 세게 누르면 살이 뭉개지기 쉬워요. 살결을 따라 얇게 떠야 제맛이 나죠."
가장 먼저 홍어의 배를 갈라 '애(간)'를 꺼냈다. 손질한 애는 따로 접시에 담아두고, 내장을 제거한 뒤 껍질에 묻은 진액을 깨끗이 닦아냈다.
홍어 껍질은 질기고 미끄러워 손으로 직접 벗기기 쉽지 않다. 모래울동 마을에서는 체험객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도록 전용 도구 '방울집게'를 개발했다.
방울집게를 이용해 껍질을 벗기자 하얗고 탱탱한 살이 드러났다. 연골을 따라 8등분한 뒤 회칼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눕혀 살결을 따라 얇게 썰어냈다. 얼핏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순서를 익히고 나니 손질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직접 썬 홍어회를 초장에 찍어 먹으니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흔히 알려진 삭힌 홍어 특유의 톡 쏘는 향은 없었다. 굵은 소금과 고춧가루를 살짝 찍어 홍어 애를 먹어봤다.
녹진한 크림을 떠올리게 할 만큼 부드럽고 고소했다. 홍어회 뜨기 체험은 2인 1조 기준 3만 원으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특히 가을철은 홍어 살이 올라 체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김형진 위원장은 "홍어는 원래 삭혀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삭힌 홍어는 육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발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시대 전남 영산도 주민들이 나주 인근 영산포로 이주하면서 홍어는 강을 따라 며칠씩 운반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 발효가 이뤄져 삭힌 홍어 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반면 대청도에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홍어를 신선한 상태로 바로 손질해 먹는다. 또는 말린 홍어를 오징어처럼 찢어 양념에 볶아 반찬으로 먹거나 탕에 넣어 해장국처럼 끓이기도 한다.
"서풍이 적당히 불고 해가 잘 드는 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홍어를 말리면 수분이 빠지면서 크기가 3분의 2로 줄어요. 껍질까지 먹을 수 있고, 아귀포처럼 쫄깃하죠."
홍어는 말리는 조건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습한 날엔 건조 시간이 길어져 발효가 더 진행되면서 삭힌 맛이 강해지고, 맑은 날엔 빨리 마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백한 맛이 난다.
같은 '말린 홍어'라도 날씨와 바람에 따라 다채로운 맛이 나는 셈이다.
직접 맛본 말린 홍어는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마치 고급 오징어 진미채를 먹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통 시스템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말린 홍어는 식품 가공품으로 분류돼 가공·포장 과정에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옹진군에는 이를 처리할 시설이 없어 대부분 전북 군산 등 다른 지역에서 가공하고 있다. 유통비용이 크게 늘어나 소규모 판매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위원장은 "대청도처럼 원물이 풍부한 섬에서 직접 가공까지 할 수 있도록 인천시나 옹진군에서 식품가공센터를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생홍어뿐 아니라 쫄깃하고 담백한 말린 홍어도 대청도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모래가 만든 대청도 이야기

인천 옹진군 대청도 북쪽 옥죽동에 위치한 해안사구가 독특한 사막 풍경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2일 찾은 옥죽동 해안사구. 사구 한가운데 설치된 쌍봉낙타 조형물 앞에는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조형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짜 낙타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이 만들어낸 자연 지형은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 불리며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언덕 위 전망대에 설치된 '어린 왕자와 여우' 조형물은 사막처럼 펼쳐진 풍경과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40년 전 이곳은 축구장 약 70개 크기를 자랑했던 거대한 모래사막이었습니다."
조철수 백령·대청 지질공원 해설사는 "이 사구가 국내 해안사구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했다"고 설명했다. 농여해변과 옥죽해변, 대진동해변에서 날아든 모래는 옥죽동을 넘어 산 건너편 답동해변까지 쌓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역에는 '옥죽동 처녀들은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 처녀는 당시 미혼 여성을 뜻하는 표현으로 모래와 함께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을 상징한다.
특히 이 속담은 당시 대청도의 주요 생업이었던 까나리 어업과도 관련이 깊다. 당시 남자들이 바다에서 까나리를 잡아 오면 여자들은 이를 삶아 말려서 전남 목포까지 가져가 팔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바닷바람에 날린 모래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고, 이 속담은 모래와 함께 살아온 섬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민담처럼 전해지고 있다.
1980년대 들어 모래로 인한 생활 불편이 커지자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다. 모래는 집 안 식탁 위까지 날아들었고, 밥을 먹다 모래를 씹을 정도였다. 집 안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모래는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할 만큼 큰 불편이었다.
이에 정부는 해안선을 따라 방사림을 조성했고, 사구는 축구장 3~4개 크기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사구를 자연스럽게 되살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가톨릭관동대학교와 함께 관측 장비와 카메라 4대를 설치해 모래 이동 경로와 바람 방향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방사림을 정비하면 바람길이 다시 열릴 수 있어요. 빠르면 5~6년 안에 예전 규모의 3분의 1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해안사구가 복원과 보존의 균형 속에 지속 가능한 해안 생태공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대청도=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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