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 핵잠수함,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없을까”
일부 韓서 우선 건조 필요… 국내 조선·원자력 업계 힘 모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가운데, 일단 국내에서 먼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도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동북아시아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일부라도 먼저 시작하자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미국의 기술과 노동력으로만 건조할 경우 향후 유지·보수·정비(MRO) 등 중·장기 관리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필리조선소가 핵추진 잠수함을 구축할 역량을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일단 첫 시작은 국내에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2일 잠수함에 정통한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청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은 이미 개념설계까지 진행된 바 있으며, 우리 기술력이 충분히 확보됐기에 정부에서 잠수함 연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정상적으로 수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만 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미국 조선소에 와서 건조하는 것은 시설부터 기술, 인력 모두 미국 것을 쓰라는 얘기다. 미국 기술이 들어가게 되면 향후 정비나 안전 관련 분야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이미 핵추진 잠수함 건조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며 김영삼 정부 때 개발에 착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각각 건조를 추진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미국 측의 거부로 또다시 좌절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건조를 승인하면서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급 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건조 승인 소식을 밝히며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는 언급이 자칫 한국 방산의 발전보다 미국 현지 생산공장 구축에 이용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을 국가 안보 및 공급망 자립의 핵심 축으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이자 미국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과도 같은 곳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이곳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함으로써 시설과 인력에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이 작년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드라이독 2기만 갖춘 곳이다. 상업용 선박 건조를 주로 수행했던 곳이기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그만큼의 시설 확장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한화그룹은 최근 선박 건조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하기 위해 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핵추진 잠수함을 미국 조선소에서 짓게 됨으로써 미국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데에 있다. 업계에선 이를 막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 일부는 국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규모와 관련해 "해군과 협의해야 하겠지만, 4척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한 바 있다.
핵추진 잠수함이 4척가량 건조된다고 한다면, 4척 모두 필리조선소에서 만드는 것보다 국내 조선소가 일부 물량을 가져오는 것이 효율적인 것 아니냐는게 일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필리조선소가 건조능력을 확충할 때까지 미국의 원자로 등 기술인력을 데려와 국내에서 우선 건조에 돌입하는 것 역시 해양방산 경쟁력 강화나 동북아시아의 전쟁 억지력 강화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설명도 있다.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뿐 아니라 조선·원자력 등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현재 국내 최다인 23척의 잠수함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함께 특수선의 양대산맥인 HD현대의 경우 지난 2022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원자력 추진 선박 분야의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MR 추진선과 핵추진 잠수함은 공간의 차이는 있으나 원천적으로는 동일한 기술이다. 한화오션의 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HD현대의 원자력 추진선 개발 역량이 더해지면 핵추진 잠수함에서도 K-방산이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에서 뛰어들고 있는 SMR 추진 컨테이너선은 소형원자로를 탑재하는 상선인데 군함에 적용해도 문제없다"며 "조선과 원자력 관련 업체·기관들이 한데 모여 K-핵추진 잠수함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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