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리가 우리 자리였어야 해’···APEC 성과 바라보는 국힘의 착잡함
당내선 “계엄 안 했더라면 우리가 주인공” 자조도

정부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날을 세우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 대한 긍정 여론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며 대여 공세에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만 아니었다면 APEC 정상회의의 주인공은 국민의힘이 됐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수도권 지역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날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성과 없이 소리만 요란했던 빈 수레 외교로 끝나고 말았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인한 한국 게임 콘텐츠의 중국 게임 유통 문제, 무비자 입국 문제 등 우리 경제·사회와 직결된 대중 현안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 받은 뒤 “통신 보안은 되느냐”고 농담을 건넨 데 대해 “외교적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은 ‘브리지(가교) 외교’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매년 30조원 가까운 금액을 미국에 내야 하는 3500억불 대미 투자 부담, 알맹이 없는 한·중 정상회담으로 브리지 외교는 실패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 정당 수장들이 참석한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도 불참했다. 원내 정당 중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불참한 건 국민의힘 뿐이다. 장 대표는 만찬 전날인 지난달 30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조사를 지켜보며 밤샘 대기하는 등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 타결되는 등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와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 내부에선 이를 공개적으로 호평하는 건 자제하는 분위기다. 보수 진영이 주장해온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승인됐지만, 당에선 “미국 통제 하에 연료만 제공받는 제한적 합의에 불과하다”(최보윤 수석대변인)고 평가절하했다.
내란 특검이 국민의힘 전 지도부의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을 수사하고,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당 수도권 지지율이 일부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여 공세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가 없었다면 정권을 유지하며 APEC 정상회의를 구여권의 공으로 돌릴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엿보였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만일 윤 전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에게 조금만 덜 휘둘리고, 자신의 성정을 조금만 더 다스릴 수 있었다면, 이번 APEC의 주인공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됐을 것이다. 참으로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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