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내로남불’ 이찬진, 땅·상가도 전방위로 사들여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해 논란이 일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시내 곳곳의 땅과 상가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과 이 원장의 배우자는 2000년대 서울 중구·관악구·성동구 등지에 토지와 상가를 경매를 통해 사들인 뒤 이를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개인이 적법한 자금으로 투자했다고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투기 억제를 강조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 당국 수장이 다수의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독 당국의 영이 서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중·성동·관악구 일대 상가·토지도 보유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원장의 배우자 김모(59)씨는 2009년 8월 법원 경매를 통해 관악구 봉천동 일대 202.4㎡(61평)짜리 땅을 9200만원에 사들였다. 이 땅의 지목(토지의 용도)은 ‘대’(垈), 즉 주택·상가 등 건축용이다. 지금은 주택가 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주변 시세와 감정평가사의 감정 결과 등에 따르면 이 땅의 시세는 1㎡당 약 1200만원으로 김씨가 소유한 땅의 가치는 약 24억2800만원에 달한다. 구입 당시와 비교하면 약 26배 올랐다. 다만 이 땅은 도로로 활용되고 있고, 현재 도로명도 부여됐기 때문에 재개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씨가 구청에 땅을 사들이라고 요구할 경우 구청은 땅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가치는 시세의 3분의 1 정도로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원장은 또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 상가를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과 법원 경매 정보를 보면 이 상가의 면적은 33.89㎡(10.2평)으로 이 원장의 배우자 김씨가 2009년 4월 법원 경매를 통해 1억5411만원에 매입한 뒤 2014년 11월에 이 원장에게 증여했다. 현재 이 상가의 가치는 약 4억4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이 원장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 D 아파트에 있는 112㎡(약 34평) 크기의 상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5월 이 원장이 법원 경매를 통해 사들였는데, 법원 경매 정보에 낙찰 당시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아 정확한 매입가는 알 수 없다. 현재 가치는 5억원 정도다.

◇아파트 재건축 두고 주민과 갈등 의혹, 동대표 후보로 나서기도
이 원장 부부가 현재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1995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근 들어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두고 주민 간 의견이 엇갈렸다.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들에 맞서 이 원장의 배우자 김씨 등은 리모델링을 선호했다고 전해졌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고도 제한이 있고 막대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이었던 2023년 6월 이 원장은 재건축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아파트 동 대표를 하기로 마음먹고 선거에 출마까지 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 원장 배우자와 가까운 인사 A씨의 선거 관리 위원 자격 여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일었다. 법원이 이 인사가 자격이 없다고 판결하자 선거 자체가 무효가 돼 이 원장의 출마도 없던 일이 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본지에 “이 원장 배우자 김씨가 일부 동대표와 주민을 ‘재건축 업자’로 몰며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아파트 내부 규약 가운데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 법을 잘 아는 이 원장에게 동대표 출마를 부탁드린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던 2017년 한 외부 강연에서 ‘주택 공개념’ 도입을 주장하며 “다주택 보유자는 성격 같아서는 (헌법에)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의 재산과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 원장은 “많은 국민이 주택 문제로 고통을 겪는 시점에 매우 부적절했다.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한편 이달 초 예정됐던 이 원장의 정확한 재산 공개는 내년 1월로 미뤄지게 됐다. 지난달 3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공직자 윤리 관련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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