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왜 ‘구형 샤오미폰’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을까

박민희 기자 2025. 11. 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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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15 울트라. 샤오미 홈페이지 갈무리

11년 만에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1일 정상회담에서 주목을 끈 장면 중 하나는 두 정상이 중국산 스마트폰을 주고 받으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은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스마트폰을 살펴보면서 “통신보안은 잘 되냐”고 웃으며 물었고, 시 주석은 “백도어(후문)가 있는지 한번 보라”고 답했다.

두 정상을 수행한 중국 쪽 관계자는 “작년에 생산된 샤오미의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엘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엘지와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샤오미 스마트폰에는 중국이 밝힌 것과 달리 엘지가 아닌 삼성 부품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두 정상이 선물을 주제로 농담을 주고받은 흔한 모습일 수 있지만, 시 주석이 한국산 부품이 쓰인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로 선택한 것은 나름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시 주석은 중국 최대 통신·기술 회사인 화웨이 스마트폰이 아닌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물했다. 국가 정상 간에 최고급 선물을 하는 관례대로라면 샤오미보다 고급형인 화웨이 스마트폰을 선택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제재 대상으로, 한국에서도 인식이 좋지 않다. 샤오미는 제재 대상이 아니고 한국에도 훨씬 덜 민감한 중국 브랜드이다. 시 주석이 미-중 패권·기술 경쟁 사이에 낀 한국의 처지를 고려해 샤오미 제품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소노캄 호텔에서 국빈만찬 전 친교 시간에 한중 정상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스마트폰에 한국 부품이 쓰인 것에는 좀 더 복잡한 뜻이 담겼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샤오미 스마트폰 가운데 최신형인 샤오미17 프리미엄 모델이 아닌 이전 버전인 샤오미15 울트라를 선물했다. 이 모델에 한국 디스플레이 부품이 쓰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 4월12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엘지(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 주석이 중국 내 외국회사 공장을 시찰하는 일은 매우 드물며,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을 방문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일주일 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대만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면서 금세 잊혔지만, 시 주석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큰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이 한국 디스플레이 부품이 쓰인 구형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은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한국과의 원만한 관계 정립과 경제 협력 강화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어려운 문제들은 각자 솔직하게 이야기하되,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나가는 쪽을 택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시 주석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지만, 양쪽 발표에서 껄끄러운 대만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중국 쪽 발표에 대만 문제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인 ‘핵심 이익을 존중한다’는 정도로만 담겼다.

대신 양국은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했다. 통화스와프 연장, 2026~2030 경제협력 공동 계획,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염두에 둔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6~2030 경제협력’은 중국이 새로 수립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의 내용에 맞게 한중 경제협력을 진전시키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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