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징역 8년 유동규가 중간 관리자면 최고 관리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단된 재판 5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좌파는 윤석열 검찰이 정치보복을 위해 사건을 조작 기소했다며 재판 중단이 아니라 재판 폐기를 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검찰의 공소 취소, 법원의 면소 판결, 국회의 대통령 재판 중지법 처리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헌법 84조 대통령 불소추 특권 조항 해석이 다르니, 다수당의 힘으로 각개 격파해서 싹 다 털어내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우파는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면 오히려 재판을 열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 대통령 임기 중 재판 재개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가능하다고 밝힌 건 우파에겐 천군만마다.
좌우의 충돌 속에 주목해야 할 법원 1심 판결이 하나 나왔다. 김만배·유동규 등 대장동 민간업자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 5명이 전원 유죄를 받아 높은 형량과 함께 법정구속 됐다. 이 대통령은 이 재판의 피고인은 아니지만 같은 사건으로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가 열리다가 중단됐다. 정가와 법조계에선 "김만배가 유죄면 이재명도 유죄, 김만배가 무죄면 이재명도 무죄"란 말이 나왔었다.
비록 1심이나 김만배가 유죄로 나왔으니 이 대통령도 재판이 재개되면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당장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재판 재개의 명분이 생겼다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만배가 유죄를 받았으나 법원 판결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오히려 결백이 증명됐다며 공소 취소를 주장했다.
민주당이 지목한 판결문은 딱 한 단락이다. "성남시장은 유동규 등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 여당은 이 내용을 제시하며 이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법원이 공식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판결문 중 여러 단락을 제시하며 대장동 비리의 몸통은 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유동규가 성남시 수뇌부와 조율했다." "유동규는 민간 업자들과 조율한 내용에 대해 성남시 수뇌부의 승인을 받았다." "성남시 수뇌부가 중요 결정을 내렸고, 유동규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 '성남시 수뇌부'는 이재명 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이고,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유동규가 중간 관리자면 최고 관리자는 이재명 시장임으로 법원이 연관성을 적시했다는 반박이다.
양쪽 논쟁 부분에 대해 김만배 등에게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의 견해는 어떨까. 22부는 이재명 피고인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에서 별도로 진행 중이란 이유로 민간 업자들의 범행에 공모 가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 연루 여부를 판단할 재판부는 33부인데, 현재 심리가 중단된 상태다.
여당 주장대로 22부가 무관함을 밝힌 걸로 판결문이 해석된다면 33부 재판을 열어 무죄 판결로 털어내면 된다. 다른 재판부의 판결문을 나름대로 풀이해 해당 재판부 사건을 없애버리자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 1심 선고에서 민간업자들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받았으나 성남도시개발공사 소속이었던 유동규와 정민용은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개발 비리의 책임은 민(民)보다 관(官)이 더 무겁다고 본 판결로 해석한다. 관의 꼭대기엔 이재명 성남시장이 있었다.
재판 재개 여부와 별개로 이번 1심 선고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견해 표명이 필요한 이유다. 최고 관리자가 몰랐던 중간 관리자의 농단이라면 그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참고로 이 사건은 2021년 말 기소됐는데 당시는 윤석열 검찰이 아닌 문재인 검찰이었다. '정치보복'이란 말을 빼고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송국건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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