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조건 소진하래요”…327억 경기도 ‘고3 지원 예산’, 꼼수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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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예산 중 8천만원은 운전면허 취득을 원하는 학생을 줬고, 남은 돈 2천만원은 쓸 곳이 없어 반납하려는 데 학교에선 무조건 사용하라고 해요. 난감해요."
경기도 한 고교 3학년 부장 교사 ㄱ씨는 경기도교육청 지원 사업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사회진출 역량 개발 지원 사업' 예산을 놓고 고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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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예산 중 8천만원은 운전면허 취득을 원하는 학생을 줬고, 남은 돈 2천만원은 쓸 곳이 없어 반납하려는 데 학교에선 무조건 사용하라고 해요. 난감해요.”
경기도 한 고교 3학년 부장 교사 ㄱ씨는 경기도교육청 지원 사업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사회진출 역량 개발 지원 사업’ 예산을 놓고 고심이 깊다. 매번 부족한 예산을 쪼개 쓸 방법 궁리에 머리를 싸맸다면, 이번엔 정반대다. 쓸 곳은 없는데 내년초까지 배정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한다고 하니 난감하다는 게 ㄱ씨의 호소다.
그는 주변 학교도 비슷한 처지라는 걸 알게 됐다. “체험활동 수업 재료나 토익 교재 등을 한 1천만원어치 사놓고 영수증을 사회 진출 사업에 쓴 것처럼 처리하거나 수능 이후 학교에 거의 안나오는 3학년 대신 1·2학년 학생에게 돈을 쓰려고 계획한 곳도 있더군요.” 꼼수라도 동원해 예산을 소진하거나 지출 계획을 세워두고 있더란 얘기다.
이 사업은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졸업 후 사회 진출 역량 개발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올해 처음 경기도교육청이 기획한 사업이다. 총 예산은 약 372억원이다. 경기도 내 학교 고3 학생 1인당 30만원꼴로 돌아가는 규모다. 사업 기간은 지난 8월부터 현재 고3이 졸업을 하는 내년 2월까지다.
예산 소진 기한이 다가오면서 ㄱ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외에도 꼼수 예산 집행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대입 면접·논술반 등을 꾸려 교사 수당으로 사업비를 쓰겠단 계획이다. 한 고교 교사 ㄴ씨는 “동료 교사가 다른 학교는 면접 수업을 하고 교사가 사업비로 수당을 받는데 우리 학교는 왜 그렇게 안하냐고 불평을 하더라”며 “학생을 위해 편성된 예산을 쓸 곳이 없다는 이유로 교사가 수당으로 받아가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무추진비 논란도 인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진비를 사업비의 10%까지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과도하다는 취지다. 일반 예산의 업무추진비 한도는 사업비의 5%다. 교사 ㄱ씨는 “지난 8월 교육지원청이 마련한 온라인 영상 설명회에서 선생님들 고생하는데, 업무추진비로 평소보다 풍족하게 식사도 하란 취지로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고 귀띔했다.
업체들의 ‘영업전’까지 난무하고 있다. 교사들은 입을 모아 “하루에 많게는 10통 이상 각종 공연 업체, 교육 콘텐츠 기업 등에서 사회진출 지원 사업 프로그램 영업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교사 ㄷ씨는 “최근 교육방송(EBS)까지 가세해 어학, 정보기술(IT) 관련 자격증 관련 30만원짜리 패키지를 만들어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교육방송 쪽은 “사업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는 경기도 지역 교사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 고3 담임 교사 ㄹ씨는 “남는 사업비를 따가려는 민간 업체의 문의가 적잖다. 예산 남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법 집행 등을 막기 위한 경기도교육청의 별도 조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해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텅 비는 현상을 막고,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 필요한 역량을 지원하려는 취지”라며 “프로그램 운영은 개별 학교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학생이나 학부모 요구가 있으면 맞춰서 하고, 진행이 어려울 경우 반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최근 “적기 집행 및 불용액 최소화”를 뼈대로 한 사업비 사용 지침을 바꿔 “사업 잔액 발생시 반납이 가능하다”란 지침을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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