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23. 장인의 혼이 깃든 빛…대한민국 훈장 숨겨진 이야기

강승구 2025. 11. 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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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무궁화대훈장’…한미동맹 상징 정점
조폐공사 장인 손끝에서 태어나는 ‘국가의 영예’
전쟁 영웅부터 K-컬처 스타까지 훈장이 말하는 시대정신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훈장 쇼케이스 모습이다. [조폐공사 제공]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이 수여되면서 훈장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대통령실이 품격 있고 내실 있는 국빈 방한을 위해 최고 훈장 수여를 주요 예우 방안으로 추진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훈장이 단순한 기념품이나 의례적 선물이 아니라, 양국 간 우호관계와 신뢰를 상징하며 외교적 공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가 최고의 예우 수단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훈장 수여는 국가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행위이기에 그 무게감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한 것은 한-프랑스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간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된 이 훈장 역시 단순한 예우를 넘어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그가 대한민국 안전보장에 기여한 공적을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최고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영광과 명예를 담아내는 훈장은 국가 화폐를 만들고 공급하는 한국조폐공사에서 돈만큼이나 엄격한 보안과 장인 정신 속에서 탄생한다. 이곳은 훈장을 제작하는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국가의 역사와 영웅들의 헌신이 금속과 칠보로 영원히 새겨지는 신성한 공간이다.

대한민국 훈장의 역사는 1948년 건국 후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이 제1호로 수여되면서 시작됐으며, 이 훈장은 대한민국 상훈법 제10조에 따라 우리나라의 최고 훈장으로 규정된다. 무궁화대훈장은 다른 훈장들과 달리 등급 구분이 없는 단일 훈격의 위상을 가지며,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우방국 국가원수 및 그 배우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전보장에 크게 기여한 전직 우방국 국가원수 및 그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 훈장 디자인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과 최고 지위를 뜻하는 금관, 그리고 대한민국의 번영을 나타내는 무궁화 잎 등 최고의 의미와 가치가 응축돼 있다.

무궁화대훈장 외에도 대한민국 훈장은 총 12종류로, 공을 세운 분야와 성격에 따라 그 종류와 등급이 나뉜다. 각 훈장에는 국가가 인정하는 공적의 종류와 그에 상응하는 최고의 예우가 담겨 있다. 무공훈장은 전쟁이나 비상사태에서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에게 수여되며,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이 ‘태극무공훈장’ 1호 수훈자였다.

보국훈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인물에게, 근정훈장은 공무원 등에게 수여되고, 문화훈장과 체육훈장은 문화예술 및 체육 발전에 공을 세운 인물에게 수여된다. K-팝 그룹 BTS가 문화훈장을, 영화감독 봉준호, 배우 송강호,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이 문화훈장, 체육훈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조폐공사의 훈장 제작 장인이 전통공예 기법인 칠보를 사용해 훈장에 색을 입히고 있다. [조폐공사 제공]


이처럼 훈장은 국방, 행정뿐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문화예술과 체육 분야의 영웅들에게도 그 영광을 돌려, 한 나라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국민훈장, 산업훈장, 새마을훈장 등 다양한 훈장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한 이들의 노고를 기리는 국가의 감사 표시이다.

최고의 영예를 담은 훈장은 조폐공사의 베테랑 장인, 일명 ‘드림팀’의 손에서 10단계의 정교한 공정을 거쳐 비로소 영원한 빛을 얻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제작을 넘어 장인의 혼과 땀이 깃드는 예술 작업과 같다. 먼저 용해와 압연 단계에서 순도 99.9%의 순은을 1000℃로 녹인 뒤, 롤링 기계로 여러 차례 눌러 얇은 은판을 만들고, 이어서 압사와 타발 과정에서 원형 틀로 훈장의 바탕을 찍어내고 문양을 선명하게 새기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단계는 세공과 칠보 작업인데, 장인이 확대경으로 미세한 흠집을 하나하나 제거하며 표면을 다듬고, 특히 칠보 공예 기법으로 유리질 분말을 붓으로 홈에 채워 넣고 고온에서 구운 뒤 사포로 갈아 훈장의 핵심 문양에 생생한 색을 입힌다. 광택과 도금, 조립 단계에서는 광택 작업으로 고른 빛을 낸 후, 3단계 전기도금으로 금빛을 입혀 변색을 방지하고, 마지막 조립 과정에서 작은 불량이라도 발견되면 훈장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엄격함을 유지한다.

훈장을 제작하는 분야별 전문 장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훈장이 국가 원수나 BTS, 김연아 같은 세계적인 인물에게 수여되는 것을 보며 “대통령이 받는 훈장을 우리가 만든다”는 자부심과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처럼 훈장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수많은 장인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결정체이며, 대한민국 영웅들의 헌신과 공로를 영원히 빛내기 위한 국가의 상징인 것이다. 훈장에 깃든 장인의 땀과 혼, 그리고 이를 수여받는 이의 명예와 공적은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영원한 빛으로 빛날 것이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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