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집에 쌓아두나?”…10억원 넘는 고액 예금 갑자기 줄어든 이유?
올해 상반기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고액 예금 계좌 수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기업 여유자금을 예치하는 기업자유예금의 계좌 수와 잔액이 나란히 감소한 점이 눈에 띄었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 수는 9만9000좌로 집계됐다.

고액 예금 계좌 수는 2013년 상반기 말 5만6000좌에서 하반기 말 5만3000좌로 감소한 후 지난해 말까지 내리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말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만좌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올해 상반기 말 10억원 초과 정기예금은 6만좌로, 6개월 전보다 1000좌 줄었다. 지난 2020년 하반기 이후 첫 감소세였다.
법인 등이 일시적인 여유자금을 맡기는 기업자유예금 역시 3만4000좌에서 3만2000좌로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입 기업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결제 대금이 늘면서 현금 보유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업무 효율을 위해 불필요한 계좌를 정리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말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잔액은 총 821조4130억원으로, 6개월 전(815조8100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고액 예금 계좌 잔액은 2023년 하반기 말 771조7490억원으로 단기 바닥을 찍은 뒤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에는 8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유형별로 보면, 기업자유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234조825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229조2350억원으로 2.4% 감소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기업 영업환경 악화, 유동성 확보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자유예금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과 관세 등에 민감도가 높은 대기업이 원가나 운영자금 증가에 대응해 예금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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