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웃다가 소리쳤다…“김건희가 뭡니까!” [피고인 윤석열]㉘

"피고인으로 칭하겠습니다." (1차 공판기일, 검찰 공소사실 발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따라가 봅니다.
"피고인 지금 출석한 상태인가요? 법정 안으로 들어오게 하시죠."
흰 셔츠에 짙은 남색 양복 차림, 오른손에 서류봉투를 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변호인단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장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지난 7월 내란 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되고 약 넉 달 동안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해온 윤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출석의 배경엔 이날 재판의 증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있었습니다.
그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의 상당 부분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두 단계 거쳐 전해 들은 군인들의 증언을 듣는 데 할애됐습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이 지시를 '직접' 들었다고 증언한 인물입니다.
각각 피고인석과 증인석에 앉아 서로를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윤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곽 전 사령관을 똑바로 바라보며 증언에 집중했습니다. 중간중간 변호인단과 속삭이며 상의하고, 메모를 하기도 했습니다.
■ 곽종근 "'의원 끌어내라' 지시받았다…시간 지나도 안 잊혀"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대권'이란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확보해야 할 장소,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이런 게 그 시점부터 기억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에는 윤 전 대통령이 시국 상황을 언급하며 또 한 번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는 게 곽 전 사령관 증언입니다.
이 '특별한 방법'이 비상계엄이라고 생각했느냔 특검 측 질문에 곽 전 사령관은 "머릿속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 4일 00시 30분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이어 형사 법정에서도 나온 겁니다.

곽 전 사령관은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곽종근 전 사령관: 이것도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 같습니다. 지금도 TV를 보면 그 생각이 계속 나고 자면서도 생각납니다. 의결 정족수 얘기하실 때, YTN 화면에 국회의사당과 의원들이 모이는 모습을 같이 봤습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잊습니까? 이게 시간이 간다고 잊혀지는 게 아닙니다. …(중략)…
이건 제가 숨긴다고 될 것도 아니고, 말 안 한다고 안 될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부하들을 못 속입니다. 결국 그 부분은 그래서 제가 사실대로, 정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직접 신문 나선 尹…"거점 확보도 질서 유지 차원"
이 말을 들은 윤 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반박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그 지침에 따라서 국회 관계자나 마당에 온 민간인들하고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 도망도 다니고 막 멱살잡이해도 그냥 당하고만 있고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거점을 확보한다는 것도 다 그 맥락에 다 들어가는 얘기 아닙니까?
곽 전 사령관: 그거는 약간 결이 다른 부분이고 확보하라는 부분들은….
윤 전 대통령은 특전사 요원들이 무력을 사용하기는커녕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며, 국회 확보도 질서 유지 차원의 임무가 아니었냐고 물었습니다.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흥분한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을 투입했단 취지입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그건 결이 다른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실무장 하지 말라고 한 것이면, 질서를 유지하러 들어갔다는 게 머릿속에 있는 것이네, 거점 확보라는 게"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질서 유지, 시민 보호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곽 전 사령관 증언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어이없다는 투로 여러 번 웃었습니다. 번번이 말을 잘라 재판장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또 한 번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번엔 "전 세계로 중계방송이 되는데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의원을 끄집어내고 이러면 아무리 무슨 독재자라 그래도 성하겠냐"며 계엄의 목적이나 투입되는 군의 규모도 되물은 적 없느냐고 따졌습니다.
계엄을 구체적으로 '사전 모의'하는 과정이 사실은 없었던 게 아니냐 따지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곽 전 사령관은 "솔직히 말하면 되묻고 싶은 부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곽종근 전 사령관: 만약에 김용현 전 장관이 '야, 이번 비상계엄이 정말로 들어가서 경고하고 시민 보호하고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거야'라고 공론화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냈다면, '거기에 군이 왜 들어갑니까? 그냥 경찰을 넣으면 되지 왜 그렇게 됩니까?' 되물었겠죠.
■ 법정 나온 '호위무사'…尹, 특검에 "김건희가 뭐냐" 발끈

윤 전 대통령은 다음날 열린 자신의 체포 방해 혐의 재판에도 직접 출석했습니다. 첫 공판과 함께 열린 보석 심문 뒤, 약 한 달 만의 출석이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7일,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세 번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 서버는 얼마 만에 한 번씩 삭제되냐' 묻더니, '수사받는 사람들 말이야, 그 비화폰 그냥 놔두면 되겠어? 아무나 열어보는 게 비화폰이냐, 조치해야지'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보고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세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특검 측이 "비화폰 서버에 저장된 내역을 삭제해라, 그런 취지로 조치하라 한 게 아니냐"고 묻자, 김 전 차장은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비화폰 서버는 경호처가 별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 제출될 일이 없어 삭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김 전 차장은 자신이 지시한 건 '삭제'가 아니라 '보안 조치'임을 강조했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란 지시를 받았단 경호처 직원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삭제를 지시할 이유가 없다"며 "로그아웃을 하면 제3자가 접속해서 확인 못 하기 때문에 제가 지시한 건 로그아웃, 접속 제한"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총 한 번만 쏘면 되지”…尹 체포 저지 시나리오? [피고인 윤석열]㉕ (2025. 10. 1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8379
이 대목에서 윤 전 대통령도 "(비화폰 기록은) 경호 목적 때문에 상당 기간 갖고 있어서, 삭제 이런 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경호처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일한다며, 자신도 그 규정을 물은 것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특검 측은 법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브이(V)는 살짝 걱정을 하십니다"라며 김 전 차장에게 압수수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텔레그램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당시 영부인이었던 김건희"라 언급하자, 윤 전 대통령은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다가 여사를 붙이거나 그러면 되지!"라며 발끈했습니다.
■ 김 전 차장 "尹으로부터 총기 사용 지시 받은 적 없어"
앞선 재판에서 경호처 직원들은 체포를 앞둔 윤 전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있었던 김 전 차장은 이런 말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언급했다 들었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도 감히 덤비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국방력이나 현무5가 있어서"라고 했다는 겁니다.
김 전 차장은 경찰 조사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두고 '체포영장을 위력으로 막으란 취지는 맞긴 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선 진술을 조금 바꿨습니다.
위력으로 체포영장을 막으라는 취지가 아니라, 과시를 통해 공수처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협의를 거치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삭제 지시 혐의'와 '체포 방해 혐의' 모두에 대해, 김 전 차장은 "직접 지시를 들은 바가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신문이 끝나고, 김 전 차장은 곧장 법정을 나서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이 퇴정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고생이 많다"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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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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