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 “저소득국의 AI 사용 1% 미만…디지털로 선진국 도약한 한국 경험 전수할 것”

정유진 기자 2025. 1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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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 | 정유진 기자

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가 오는 12월 인천 송도에 설립될 세계은행 디지털 지식센터에 대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경험과 지식을 개발도상국에게 전수하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재는 세계은행 최초의 한국인 부총재로, 디지털·AI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김 부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세계은행 본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말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한국 정부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에 디지털 지식센터를 설치하는 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세계은행이 디지털 관련 지식센터를 해외에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 지식센터는 개도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분야 자문·교육과 워크숍 등의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김 부총재는 “지난해 세계은행이 ‘중진국의 함정’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많은 개도국이 중진국까지는 성장하지만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해 광대역 통합망을 구축하고, 전자정부를 대대적으로 구축하는 등 과감한 디지털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2000년대 닷컴 붐과 맞물리면서 유례없이 훌륭한 디지털 기업들이 성장했다”며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과거 1만달러에서 3만달러 이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아무래도 디지털의 역할, 반도체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 후 지난 1년 3개월여간의 소회를 묻는 말에 김 부총재는 “힘들 틈도 없이 바쁘게 지냈다”면서 “제가 디지털을 담당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내려는 개도국의 의욕과 요구가 정말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시대로 넘어가며 디지털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더 크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김 부총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85~90%가 선진국에 몰려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면, 사하라 이남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성형 AI 트래픽의 50%는 선진국, 49%는 중진국에서 발생한다”며 “저소득 국가가 생성형 AI를 쓰는 비율은 1% 미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AI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파워,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할수록 고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의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재는 “저소득 국가가 그런 AI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도 소홀히 하진 않겠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과제이므로, 당장 AI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가 뭔지 발굴해서 적용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농부가 병충해 사진을 찍어 보내면 AI가 어떤 살충제를 써야 하는지 알려주거나, 피부병에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AI 앱을 보급하는 방식이다. 아프리카에는 농업 정보나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프라가 지역별로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

김 부총재는 “세계은행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AI를 이용한 일자리 창출”이라며 “선진국에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에선 대체될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아서 오히려 AI를 이용해 더 높은 서비스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프리카에 AI 보급을 확대할 만큼 충분한 전력 인프라가 구축돼 있느냐다. 김 부총재는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3억명 인구에게 전기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통신선과 전기선은 서로 연결된 것이라서 한 번에 투자할 때 같이 설치하는 것이 좋다”며 “과거 한국이 전력망과 통신망을 연계해 개발 사업을 추진한 좋은 사례가 많아, 그런 경험도 전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부총재는 “세계은행 내에서 한국의 지식과 기술, 경험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한국 인재들에 대한 평가도 좋다”면서 “지난 5년간 한국인 비중이 50% 늘어난 만큼 세계은행의 한국인 채용 문호도 계속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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