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경, 지하철엔 없잖아요"…한강버스 재개 첫날 외국인도 '감탄'

“와, 드디어 배 온다!”
1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여의도 한강 선착장.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 강물 위로 흰색 한강버스가 천천히 다가오자 대기 중이던 시민들 사이에서 감탄과 환호가 터졌다. 유모차를 미는 가족 단위 탑승객부터, 자전거를 타고 온 20~30대 연인들,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한강버스가 다시 운항을 시작한 주말 한강 선착장은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돌아온 한강버스에 시민들 '환호'
운항을 멈췄던 한강버스가 34일 만에 다시 시민을 태웠다. 지난 9월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기계 고장과 접안 문제로 중단됐던 한강버스는 한 달여 간의 무승객 시범운항을 거친 뒤 이날 오전 9시 잠실·마곡 선착장에서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첫 배부터 출발·도착 시간이 정시에 맞춰 운영되는 등 큰 차질 없이 운항이 이뤄졌다.
여의도 선착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전 10시께 잠실행 한강버스를 기다리는 대기표는 이미 30명을 넘기고 있었다.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대부분 2층 카페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강 위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에 감탄했다. 터키에서 온 관광객 리자 씨(23)는 “서울은 지하철도 빠르고 좋지만, 강을 따라 도시를 이동하는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라며 “강 양옆의 풍경이 전부 그림 같다”고 말했다. 함께 사진을 찍던 친구 앨리스 씨(24)는 “서울처럼 현대적인 도시에서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 건 처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족 단위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황지영 씨(33)는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여의도에서 망원까지 탑승했다. 그는 “한강버스를 타러 오는 동선이 유모차를 끌고오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쌍둥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소영 씨(38)는 “아이들이 배를 탄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했다”며 “서울 도심에서 아이들과 바람 쐬고 돌아다니기 좋은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선착장 옆 부대시설도 북적였다. 스타벅스 등 인근 카페는 이른 오전부터 만석이었고, 좌석을 찾지 못한 승객들은 옥상 벤치나 난간에 기대 강바람을 즐겼다. 선내에서는 한강과 고층 건물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시범운항 중 사고 딛고 '정시성·안전성 강화'
서울시는 지난 한 달 동안 총 300회의 시범운항을 통해 접안 훈련, 장비 점검, 승조원 교육 등을 강화했다. 그 결과 재개된 운항은 시작부터 정확한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오전 9시께 잠실에서 출발한 한강버스는 옥수에 9시 37분 도착, 여의도에 10시 23분 도착해 정시 운항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사고들이 선장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만큼, ‘마이쉽(My Ship)’ 제도를 통해 담당 선박을 지정하고, 운항 숙련도에 따른 배치를 철저히 구분했다”고 말했다.

시범운항 중 발생한 사고는 총 3건이었다. 지난달 8일 마곡 선착장에서 기 접안된 선박과 충돌해 LED 무드등 라인이 파손됐고, 17일에는 망원 선착장에서 야간 부표 인지 실패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뚝섬 선착장에서 선착장 구조물과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 서울시는 이를 모두 ‘승조원 인재’로 규정하고 퇴사자 처리 및 훈련 강화 조치를 이어왔다.
현재 한강버스 소속 선장은 18명이며, 이 중 70%가량은 3개월 이상의 실전 운항 훈련을 마쳤다. 서울시는 경험이 부족한 선장은 견습단계로 유지하며, 시민 안전에 영향이 없도록 단계적 투입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교통 연계성도 강화했다. 잠실·마곡·압구정 등 주요 선착장에는 시내버스 연계 노선 외에도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자전거, 휠체어 등도 실을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했고, 퇴근길 및 주말 혼잡 시간대 수요 추이에 따라 증편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시 박진영 미래한강본부장은 “한강버스는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수상관광과 여가·문화 기능까지 확장될 것”이라며 “첫 출항에 300여 명이 탑승했듯, 한강버스는 곧 시민 일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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