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의 스토리텔러] 아이폰 처음 나올 때부터 뛴 금강불괴 이정현

원주/정지욱 2025. 11. 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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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원주/정지욱 기자]‘지금 아이폰이 몇 세대니?’


24세인 회사 후배와 이정현(DB)의 700경기 연속 출장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옛날 얘기 좋아하는 꼰대인 내가 후배에게 물었다.

-‘지금...얼마전에 아이폰17이 나왔어요.’

‘아이폰(아이폰3gs)이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됐을 때 이정현이 데뷔했어. 한 번도 안 빠지고 여태 뛰는거야’

-‘세상에... 느낌이 확오는데요?’


이정현은 2010년 10월 15일 프로 데뷔했다. 정관장 소속으로 울산 현대모비스를 맞아 36분 40초를 뛰면서 19점을 넣었다. 팀은 86-99로 패했지만, 인상적인 데뷔였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이정현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아이폰 17개의 시리즈가 출시되는 동안 15년간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700경기(정규시즌)를 뛰었다. 11월 1일 원주에서 열린 2025-2026 LG 전자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의 홈경기로 기록은 701경기로 늘어났다. 프로농구 역사에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서도 드물다.

그저 농구만 잘한다고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아프지 않아야 하고 감독과 성향이 맞지 않아 플랜에서 벗어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게 인생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변수가 있었을테지만, 이정현은 무슨 일이 있건 코트 위에 서 있었다.

이정현은 이렇게 말했다. “운이 좋았죠. 뭐”

“신인이 바로 경기에 뛰는게 쉽지 않잖아요. 당시 정관장은 리빌딩을 하는 상황이어서 이상범 감독님이 저랑 (박)찬희를 무조건 많이 출전시켜주셨어요. 운이 진짜 좋았죠. 그때 게임을 많이 뛰면서 경험치를 많이 쌓았어요.”

지금이야 이정현이 2대2 플레이도 잘하고 경기 흐름도 잘 읽고 패스를 통해 득점의 연결 고리가 되는 역할도 하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광주고, 연세대 시절 이정현은 득점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스코어러였다.

당시에는 경기 흐름을 읽는 면에서도 드래프트 1순위 박찬희(현 소노 코치)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득점에 특화된 선수인데 그마저도 스피드가 뛰어나지 않으니 2순위 지명이 과하게 높은 순번라는 평가도 따랐었다. 경력과 경험이 쌓이고 팀 상황과 자신의 상황에 맞춰가면서 변화를 가져간 결과물이 지금의 모습이다.

“대학교 다닐 때와 프로 초년기에는 지금 젊은 친구들처럼 제 득점을 올리는 스코어러 유형이었죠. 정관장에 있을 때 멤버가 엄청 좋았어요. (김)태술이 형, 찬희, (양)희종이 형, (오)세근이, (김)성철이 형, (김)일두 형에 용병까지 있는데... 그 쟁쟁한 선수들 틈에서 제가 득점을 하는 위치가 될 수 없잖아요. 당시에 (은)희석이 형이 벤치에서 선수 간 연결고리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좋은 멤버들과 뛰었던게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저 혼자만의 농구를 했을 거고 진작에 은퇴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15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이정현에게는 ‘금광불괴’라는 재미있는 대명사가 따라붙었다.

“젊을 때는 그 별명이 싫었어요. 놀림 받는 기분이랄까... 지금은 저를 나타내는 말이 되어서 정겹고 좋아요.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쌓아온 기록의 의미를 가잘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아요. ‘철인’이라는 말도 있지만, 뭔가 좀 딱딱하잖아요. 어느 종목을 봐도 ‘금광불괴’는 없잖아요. 지금은 재밌고 좋습니다.”

“제 기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기록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별 신경쓰지도 않고 미련도 없어요. 마음을 비우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가 봐요. 은퇴를 생각할 시기지만 아직까지는 다행히 저를 찾아주는 팀이 있고요. DB와 2년 계약을 했으니 이 기간동안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잘해내야지요. 그 다음이요? 그때도 저를 찾는 팀이 있다면야...(웃음). 그래도 9000점까지는 어떻게든 해보고 싶네요.”

기록이 800경기, 9000점을 넣는 순간까지 이어진다면 내 기사가 또 이렇게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아이폰이 처음 나올때 데뷔해 아이폰20세대가 나올 때까지 안 쉬고 뛴 선수가 있었으니...’

이정현의 금강불괴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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