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이끄는 두 여성…네이버 최수연-카카오 정신아의 승부수는?
AI 주권 강조하는 네이버, 챗GPT 끌어안은 카카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의 판을 다시 짜고 있는 시대, 한국 양대 IT 플랫폼의 두 여성 리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매체 포천이 선정한 '아시아 여성 리더 100인' 명단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8위)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24위)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플랫폼 산업이 생태계 확장의 변곡점에 선 지금, AI 산업을 마주하는 두 리더의 실행력과 리더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플랫폼 산업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여성 CEO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AI 분야에서 이들은 어떤 승부수를 던졌을까.

취임 직후부터 AI 강조…방향성은 갈렸다
두 사람이 등장했을 때,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40대 여성이 기술 중심의 빅테크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플랫폼 산업의 세대교체이자 리더십 다변화의 신호탄" "남성 중심 빅테크 구조 속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네이버는 젊은 리더를 등장시키면서 경영 체질 개선을 예고했고, 연이은 논란으로 리더십 공백에 시달리던 카카오는 쇄신형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2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4년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이끌기 시작한 양대 IT 플랫폼 '네카오(네이버+카카오)'는 AI 시대를 마주하며 다른 길에 섰다. 검색과 콘텐츠, 결제 등 공통적인 세 가지 사업 축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해온 IT 플랫폼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양사의 AI 전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자체 AI 개발 역량을 높이면서 '소버린(주권) AI'를 추구하는 한편, 카카오는 현존하는 가장 똑똑한 AI와의 전략적 제휴를 꾀했다.
네이버의 '최연소 CEO'인 1981년생 최수연 대표는 취임 이후 AI 관련 메시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경영 키워드는 AI와 글로벌이 될 것"이라며 "네이버 서비스 등을 AI 기반으로 바꿔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 대표 체제에서 네이버는 '온서비스 AI'라는 개념을 내세워 모든 핵심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검색·쇼핑·콘텐츠·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에 AI를 녹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소버린 AI'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기업이 독립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자체 인프라와 언어 모델을 통해 자립형 AI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네이버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커머스와 라이브쇼핑 등에 적용한 바 있다.
네이버의 내실을 채워가는 최 대표는 '조용한 개혁자'로 불린다. 법률 전문가 출신인 그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개인정보 보호나 저작권, 데이터 윤리 등 법적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 인수합병과 자본시장법 전문변호사로 활동한 뒤 네이버에서 글로벌사업 지원부서를 총괄했다. AI 관련 규제 변화를 경영 전략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신아 대표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정 대표는 1975년생으로, 카카오의 첫 여성 CEO다. '스타트업통'이라는 경력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4년 카카오의 벤처 투자 계열사이자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에 합류했고, 투자 펀드를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와 당근(당시 당근마켓),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등을 키워냈다. IT 사업과 신사업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 정 대표는 AI 분야에서도 확실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탕하고 추진력이 있으면서도 세심한 리더"로 평가한다.
정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AI 접점을 확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먼저 자체 모델 개발에 더해 '협업' 카드를 썼다.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카카오는 9월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5'에서 협력 내용을 발표했다. 11월부터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별도 앱 설치 없이 챗GPT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AI가 선물 추천, 위치 검색 등 이용자 요청을 인식하면 카카오 선물하기나 카카오맵 서비스 등과도 연결된다. 일정 관리나 예약 등을 제안하는 서비스, 대화 요약 등을 제공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도 예고됐다.
정 대표 체제에서 AI 중심 구조로의 사업 전환은 더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 대표는 10월13일 대표 명의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132개였던 계열사를 99개로 줄였으며, 연말까지 80여 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취임 직후부터 음악 등 비핵심 분야를 정리하며 구조 개편을 해온 정 대표가 또 한 번 군살 빼기에 나서면서 성장의 중심점을 AI에 두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AI 내실 채울까…글로벌 경쟁도 본격화
두 플랫폼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최 대표의 과제는 소버린 AI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이퍼클로바X의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증권가에서도 "네이버는 온서비스 AI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정부 AI 사업을 수주하며 소버린 AI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르다. 오픈AI·구글·앤트로픽 등 초거대모델과는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AI 생태계의 중심이 영어권 데이터에 편중된 상황에서 한국어 특화 모델의 범용성과 확장성 확보가 관건이다.
카카오의 최대 과제는 '사법 리스크'였지만, 최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대주주의 신뢰성 등 문제를 털어내고 신산업에 집중할 타이밍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오픈AI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기술을 빠르게 흡수한 만큼, 이제는 자체 역량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빅뱅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카카오톡 개편안에 대해 이용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친구 탭의 원상 복구를 결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카카오가 예고한 새로운 개편안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올 하반기 챗GPT로 선보일 '혁신'의 내용과 카나나 완성도, 서비스 적용 범위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다.
한편 양사는 미국의 디지털 시장 개방 압력에 대응해 한국 IT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협력과 경쟁 사이에서 무게추를 적절히 운용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기부터 AI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쳤고, 지금도 구글·애플 등 자국 빅테크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시장 개방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 IT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을 방문했다. 최 대표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한미 간 디지털 및 AI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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