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냄새 맡는 순간 욕구 참을 수 없었다”…눈 돌아간 사내들, 결국 서로를 [히코노미]
인간은 싸웠다. 인간이 되기 전부터, 인간이 되고 나서도. 미워해서, 사랑해서, 돈이 없어서, 돈이 많아서, 날씨가 흐려서, 날씨가 좋아서, 이유도 제가끔이었다. 둘 이상이 모이면 인간은 주먹을 휘둘렀고, 문명이 무르익자 무기를 서로에 겨눴다. 인간은 싸우기를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마치 싸우는 것이 존재 이유인 것처럼.
태곳적부터 수 많은 싸움이 있었지만, 어떤 싸움은 남루하고 새삼스럽다. 큼큼한 냄새를 풍기는 똥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어서였다. 똥을 보고 흥분한 사내들은, 이를 차지하고자 힘 겨루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고약하고 너저분한 싸움이었지만, 오늘날 한 나라의 국경선을 결정지었다. ‘똥’이 한 나라의 운명을 갈랐다는 의미. 경제사에 끼친 영향도 상당했다.

1802년. 남미 앞바다. 새하얀 섬에서 풍기는 쾨쾨한 냄새에 사내는 전율했다. 냄새의 진원에서 또 다른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알렉산더 폰 훔볼트. 프로이센 출신의 세계적 지리학자였다. 그의 얼굴을 환하게 만든 건 하얀 새똥으로 가득한 페루 앞바다의 작은 섬들이었다.
새똥은 고약한만큼이나 걸고 기름졌다. 수십만 마리의 바다새들이 엉겨붙은 작은 섬에는, 그만큼 푸짐한 똥이 층층이 쌓였다. ‘구아노’였다. 훔볼트는 ‘구아노’의 진면목을 알아봤다. 질소(N), 인(P), 칼륨(K) 이 많이 함유돼 비료로서 이만한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땅에 뿌리기만 하면, 땅이 비옥해지고, 농산물이 쑥쑥 자라는 마법의 재료었던 셈.

훔볼트의 ‘천연 비료’ 발견에 유럽은 열광했다. 잉카 제국은 이미 5000년 전부터 새똥을 이용해 페루의 땅을 비옥히 만들었다는 소식이 유명 신문에 전해졌다. 국민의 주린 배를 채우려 한 정치인, 자신의 재산을 불리려 한 경제인, 한탕 챙기려는 유럽의 탐험가들이 뒤섞여 페루 앞바다로 몰려갔다. ‘구아노’를 사기 위해 페루 정부에 구애했다. ‘구아노 붐’이었다.

![“야, 쟤네들이 우리 똥을 가져가는데?” 구아노를 생산하는 구아나이가마우지. [사진출처 모스마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01/mk/20251101092105891eqmr.jpg)
영국과 프랑스 농민들은 자기들의 땅에 페루의 새똥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농산의 산출이 높아져서였다. 구아노는 석탄, 면화와 같은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원자재였다. 세계 무역선이 페루 앞바다를 기웃거렸고, 그만큼 페루는 부강해졌다.


아프리카 노예와 원주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페루는 적극적으로 중국인을 받아들였다. 미 대륙에서 저임금으로 산업 현장을 채운 ‘쿨리’였다.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꾀인 중국인들은 극한의 노동현장에서 매를 맞으며 일해야 했다. 중국인 쿨리들은 페루에 이를 갈았다.

호랑이가 먹이를 탐하듯, 스페인은 기회를 보고 있었다. 마침 사건이 터졌다. 페루 탈람보 농장에 사는 스페인 주민 두명이 현지인으로부터 공격받은 ‘탈람보 사건’이었다. 스페인은 기다렸다는 듯 페루 앞바다로 해군을 출격했다. “우리 시민의 안전을 구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세계 모든 사람이 스페인에게서 새똥의 구린내를 맡았다. ‘친차제도’ 전쟁이었다.


새로 부임한 페루 대통령은 프라도였다. 그는 군인출신이어서, 그만큼 늠름하고 굳셌다. 스페인과의 무력 충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칠레·볼리비아·에콰도르도 페루의 손을 잡았다. 페루가 함락당하면 다음 차례는 자신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또다시 식민지로 돌아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피와 땀으로 일궈낸 독립이었으니까.

인간은 다시 싸웠다. 스페인과의 싸움이 끝나자, 이제는 동맹끼리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옆 나라의 구아노에 군침을 흘렸고, 차세대 질소 자원인 초석까지 남미 일대에서 발견되면서, 동맹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경선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페루와 볼리비아가 한 편을 먹고 칠레와 벌인 전쟁. ‘태평양 전쟁’이었다.

양측은 초원에서 싸우고, 바다에서 싸우고, 사막에서 싸웠지만, 승리는 모두 칠레의 몫이었다. 볼리비아는 해안을 모두 칠레에게 내어줘서, 바다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내륙국가가 됐다. 페루도 해안의 너른 땅인 타라파카를 칠레에 내줘야 했다(앙콘 조약). 초석과 구아노로 가득한 옥토 중의 옥토였다.


<네줄요약>
ㅇ페루 앞바다 새똥이 풍화로 누적된 구아노는 그 엄청난 유기질 함량으로 세계적인 비료 자원으로 각광받았다. 페루는 이걸로 큰 돈을 벌었다.
ㅇ과거 지배자였던 스페인은 주민 보호를 명목으로 페루를 침공했는데, 구아노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ㅇ남미 연합군은 스페인을 무찔렀지만 그 이후에 동맹이 분열해 서로 전쟁을 벌였다가, 칠레가 최종 승리를 거뒀다.
ㅇ구아노와 초석으로 칠레는 세계적인 질소 시장을 가졌갔음에도 결국 인공 비료의 개발로 침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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