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에서 만난 보랏빛 가을 들꽃
물결처럼 일렁이는 억새 사이로 바람이 부는 오름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의 빛과 바람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문득 생각난 풀꽃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의 낮은 오름 자락에서 피어나는 '자주쓴풀' 입니다.

자주쓴풀은 전국 각지의 햇볕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용담과의 두해살이풀로, 성인의 무릎에 닿을 정도의 아담한 키를 가졌습니다.

'쓴풀'이라는 이름처럼 이 식물들은 입안에 쓴맛을 남기는데, 그래서 이름도 '쓴풀'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용담과의 쓴풀 종류는 자주쓴풀을 비롯해 한라산 자락에 피는 네귀쓴풀, 쓴풀, 개쓴풀, 대성쓴풀, 큰잎쓴풀 등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보랏빛 꽃잎 안쪽으로 더 짙은 보라색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줄기 위쪽에 꽃들이 모여 원추꽃차례를 이루는데, 꽃이 줄기 윗부분에서부터 순서대로 피어납니다.

제주의 오름 자락이나 산기슭을 걷다 보면 자주쓴풀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자주쓴풀은 '수황연', '장아채', '어담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한방에서는 쓴맛을 내는 약초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추위가 성큼 다가오며 겨울 외투를 꺼내야 할 시기입니다.
이 작은 들꽃이 전해주는 의미가 새삼 마음에 닿습니다.
가을의 들판에서 자주쓴풀이 우리에게 겨울을 미리 준비하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문성필
20여년 동안 제주의 나무와 야생화를 사진으로 담고 기록하고 있다. 자연환경해설사, 산림기사 등을 취득하고 제주생물자원연구소(주) 사외이사와 제주자연유산돌봄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라산 식물 생태조사와 제주의 곶자왈 식생, 오름의 식물상을 조사한 연구경험이 있다. '민오름의 나무 이야기', '제주 해안변 오름의 식물', '오름의 식물사진' 등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