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 마음 속 '지옥'을 비우려면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5. 11. 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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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제공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비교’와 ‘불안’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학교를 가지 못하면 인생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어른들 때문이었는지, 언제부턴가 조금만 미끄러지면 삶이 끝장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늘 두려움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함께 기뻐하는 마음과 함께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거냐는 자기비난과 열등감이 자라났다. 그러면서 친구의 기쁨을 온전히 함께 기뻐하지 못하는 나의 속물스러움에 질리고 자신을 더더욱 혐오하는 파괴적인 굴레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가 최악일 때나 가장 좋은 모습일 때나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나의 성취를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생긴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면 그만큼 내 행복도 배가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쓸데없는 자기비난과 열등감, 자기혐오가 많이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마음속에 지옥을 담아두고 살았던 것 같다. 내 마음이 지옥이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나다.

한편 누군가의 좋은 일을 굳이 나에 관한 일로 해석해버리는 습관 또한 자기 과몰입(hyper-egoic)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삶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져 보내는 자아중독 상태에 빠져 있다.

마크 리어리 듀크대 심리학자에 의하면 이런 자기 과몰입 상태에는 고질적으로 많은 양의 주의를 바깥세상보다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것,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자기중심성,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타율성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친구에게 생긴 좋은 일에 대해 들으면 친구에게 포커스를 둬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굳이 자기 자신에게로 주의를 돌려 결국 뭐든지 자기 자신에 대한 일로 만들어버리는 것 역시 고질적인 자기 과몰입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자기 과몰입은 정신 건강과 나아가 인간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에게 이런 면이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최소한 누군가 잘된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안타깝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또 의외로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특히 이성애자 남성의 경우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보다 더 잘 나가면 위축되는 현상이 많은 걸 보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이 한 사회가 좀 더 불행해지는 데 한몫할지도 모르겠다.

연구들에 의하면 ‘파이가 정해져 있다는 믿음(fixed-pie perception)’, 함께 나눠 먹는 파이의 양은 정해져 있어서 타인이 조금 더 많이 먹으면 내 몫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자기파괴적인 질투나 근시안적이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태도와 관련을 보인다.

물론 그런 상황도 존재하겠지만 내 친구에게 생긴 좋은 일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예를 들어 ‘내가 잘된다고 해서 네가 잘 안 되는 게 아니야’라는 말처럼). 그나마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경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적어도 이 사람들과는 ‘함께’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의 행복에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삶은 원래 별거 없고 우리에게 찾아온 좋은 인연들을 쫓아버릴 만큼 중요한 일도 잘 없다. 뭐라도 잡아보려고 주먹을 꼭 쥐고 살아가기보다,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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