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BACK] 외양간 고치기

외양간 고치기
부쩍 카메라가 무겁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차를 뭔 '적응'까지 하나, 유난들이다 싶었는데. 이젠 2주가 지나도 리듬이 안 돌아온다. 뭔가 잘못됐다. 소 잃기 전, 외양간부터 고치기로 했다. 지구상 모든 인간이 한 번쯤 내리는 가장 쉬운 결단. 헬스장을 끊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한 달에 2만원짜리 헬스장이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시설도 그만큼 말이 안 된다. 인간은 비효율의 끝판왕이다. 일부러 쇠를 들기 위해 돈을 내고 헬스장이란 곳을 가다니. 아무튼 기분 나쁘게 끈적거리는 런닝머신과 녹슨 아령, 왜인지 삐걱거리는 레그프레스 머신을 더욱 노후화시키는 데 열심히 일조했다. 퇴근 후, 금요일 밤, 주말 아침 할 것 없이 드나든 것도 잠시…. 잦아진 출장에 뜨겁던 열기도 무섭게 식어 갔다. 여전한 거라곤 헬스장 자동이체뿐. 딱 이번 출장만 끝나면 다시 외양간 고치기에 돌입할 거다. 진짜, 진짜로.
곽서희 기자
하루라도 더 젊을 때
20대 때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 이후 가장 긴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다. 조금은 여유롭게, 'P'의 여행을 따라서 하듯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났다. 그렇지만 이를 비웃듯이 밀라노와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는 봐야 할 것들을 쉼 없이 쏟아 냈다. 이 정도면 다 봤다 싶다가도 지도를 보면 5~10분 거리에 명소가 또 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길을 나섰다. 이러한 상황은 매일 반복됐고, 2주간 매일 3만보 가까이 걷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10일째 되는 날부터 종아리가 터질 듯 아팠고,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는 한탄만 터져 나왔다. 최고의 진통제이자 갈증 해소제가 되어 준 맥주에 기대어 겨우 일정을 끝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또 다른 비행기 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이탈리아든, 유럽 다른 국가든 빨리 다녀오자'라는 깨달음에 다다라서 그랬다.
이성균 기자
다시 만난 감각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로 감각 자체에 집중하는 일이 부쩍 줄었다. 밥을 먹을 때는 맛보다 OTT에 온 신경이 가 있고, 버스에서는 창밖 풍경이 아닌 SNS만 들여다본다. 음악도 손수 골라 듣기보다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그냥 틀어 놓는다.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사실 문제였다는 걸 튀르키예 출장에서 알게 됐다. 스마트폰 대신 내 앞에 다가오는 것들을 온전히 마주하면서 말이다. 우유 크림과 버터 사이, 카이막이 가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움에 꿀이 더해져 입 안에 퍼지는 달큰한 고소함. 차를 타고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품에 안은 강아지의 촉촉한 코와 잔잔한 숨소리. 맞다, 이런 게 '삶의 감각'이었다. '출장이 끝나면 꼭 감수성을 다시 깨워야지' 다짐했다. 여기는 사무실, 지금은 금요일. 방금까지 얼른 집에 가서 치킨과 함께 드라마를 정주행할 생각이었다는 건 비밀이다.
남현솔 기자
Copyright © 트래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광지역 주민주도형 관광상품으로 즐겨보는 강원 ESG 여행 - 트래비 매거진
- 제주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여행하는 방법 - 트래비 매거진
- 실시간으로 짜는 나만의 항해, 크루즈도 DIY 여행 시대 - 트래비 매거진
- 프랑스 매력 가득 선보인 ‘프렌치 데이즈 2025 서울’ - 트래비 매거진
- 크루즈 전문기업 ICK ‘크루즈예약.com’으로 크루즈 여행의 새 지평 열다! - 트래비 매거진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선보이는 미식 트렌드, 캐주얼 럭셔리 - 트래비 매거진
- 올 겨울엔 단 5회, 대한항공 전세기로 떠나는 이집트 여행 - 트래비 매거진
- 야구+도시 브랜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9회말 - 트래비 매거진
- ‘하코다테’ 여행 기자 추천 4분기 일본 소도시 여행지 - 트래비 매거진
- 꿀잠을 부르는 강원여행 - 트래비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