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시는 분위기 확산에… 글로벌 주류 업체 주가 ‘휘청’
미·러 등 주류 소비량 최저치 기록
CEO 교체·무알콜 출시 등으로 쇄신
음주 문화의 변화로 전 세계 주류 소비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주류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술을 마시지 않은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상장 주류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지난 4년간 총 8300억 달러(약 1185조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약 50개 주요 주류 기업의 주가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해당 지수는 2021년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조니워커와 스미르노프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의 대형 주류 기업 디아지오를 비롯해, 프랑스의 페르노리카와 레미코앵트로 등 주요 업체들의 주가는 최소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잭다니엘의 모회사인 브라운포먼과 호주의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 주가도 급락했다. 중국의 대표 백주 기업인 구이저우 마오타이 역시 2021년 최고치 대비 40% 이상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술 소비가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월 갤럽이 실시한 미국의 주류 소비 조사에 따르면 음주를 한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전체의 54%로, 193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드카의 나라’로 불리는 러시아에서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지난 9월 기준 7.84리터(L)로 떨어지며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류 업계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갤럽은 “‘적당한 음주조차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이제는 처음으로 다수의 견해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톰 홀랜드, 케이티 페리 등 유명 인사들이 무알코올 음료를 적극 홍보하면서 금주 분위기는 한층 더 확산되는 추세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로렌스 와이엇은 “주류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며, 과거와 같은 성장세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사라 사이먼도 “현재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예전보다 확실히 술을 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절주 트렌드의 확산으로 주류 기업들이 뼈를 깎는 수준의 개혁에 나서고 있다. 올해만 해도 유럽의 디아지오, 레미코앵트로, 캄파리, 호주의 트레저리 와인, 미국의 몰슨 쿠어스, 일본의 산토리홀딩스 등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중국의 마오타이 역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명의 회장이 연이어 교체됐다.
주류 기업들은 잇따라 무알코올 제품을 선보이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지난 2월 무알코올 주류를 출시했으며, 이탈리아의 다비데 캄파리는 5월에 무알코올 음료를 내놨다. 디아지오는 지난해 시카고의 무알코올 증류주 브랜드 ‘리추얼 제로 프루프’를 인수하며 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투자 헤지펀드 쿡앤바이넘은 브라질의 맥주 유통업체 암베브와 페루의 맥주 업체 바쿠스 이 존스턴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두 기업의 주가가 올해 하락했지만, 각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과 안정적인 실적을 감안할 때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쿡앤바이넘은 “사람들이 완전히 술을 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장 중인 신흥국의 양조업체들은 맥주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판매하는 맥주는 더욱 고급화되고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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